인천 A교회에서 지내던 여고생 김모(17)양을 숨지게 한 합창단장 박모(52·여)씨 등이 법정에서 “헌신적으로 피해자를 돌봤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장우영) 심리로 12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아동학대살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교회 합창단장 박씨 등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은 “피해자의 어머니 함모(52)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남편이 교통사고 투병 중 사망하자 막막한 심경이었다”며 “양극성 정동장애가 있던 피해자는 부친 사망 후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녀의 딱한 사정을 들은 박씨가 위로를 전하며 김양을 돌보기로 한 것”이라며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합창단의 단장으로서 연 200회 이상 공연을 벌이는 등 바쁜 와중에도 피해자 가족을 도왔다”고 했다.
이어 “박씨는 합창단원 조(41·여)씨에게 피해자를 돌봐달라고 부탁했고, 조씨 역시 바빠 마사지사 경력이 있는 김모(55·여)씨에게 돌봄을 부탁했다”며 “같이 숙식하며 헌신적으로 피해자를 돌보다 불행하게 사망하게 된 것”고 덧붙였다. 또 “결박 등 (공소사실에 기록된) 객관적인 행위가 있었던 부분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런 행위가 벌어진 경위 등을 추후 재판에서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달 열린 첫 재판에서는 “추후에 (공소사실과 관련한) 의견을 밝히겠다”면서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7월8일자 6면 보도=檢 “합창단장, 신도·단원에 숨진 여고생 결박 지시”)
김양은 올해 초까지 세종시에서 살다가 2월부터 인천 남동구 A교회에서 신도 김씨와 지내던 중 지난 5월 15일 숨졌다. 소방과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온몸에서 멍 자국이 발견됐고, 손목에는 붕대 등으로 결박된 흔적이 있었다. 김씨와 조씨는 박씨의 지시를 받아 김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A양이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는데도 교회에 감금했고, 성경 필사나 계단 오르기 등의 가혹행위를 시키기도 했다.
애초 경찰은 신도 김모씨를 비롯해 박씨, 조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에게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사형·무기징역이나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했다. 김양의 어머니 함모씨는 딸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병원이 아닌 A교회로 보내 김양을 방임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