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선수의 작심발언' 후폭풍 거세
스포츠조직 시스템보다 주목할건
청년체육인-임직원 가치관 충돌
'국민과 선수' 위한 협회 조성해야
그런데 역대 최고 성적으로 모두들 기뻐하기보다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 발언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8월5일(한국시간), 22세 안세영은 배드민턴 여자 단식결승전에서 승리하며 28년만에 금메달을 땄다. 금메달 수상 기자회견에서 안 선수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미흡한 부상 관리와 대회 출전 자격에 관한 문제점을 말하면서 "협회가 모든 걸 다 막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 하나 밖에 나오지 않은 걸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 협회를 비판하였다.
인터뷰 이틀 후 8월7일에 대한배드민턴협회(협회)는 공식입장문으로 안 선수가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 조모 조목 반박하였다. 8월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온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안세영의 표현 방식이 "서투르고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하면서 협회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한편 8월12일에 문화체육관광부가 협회에 대하여 미흡한 부상 관리, 복식 위주 훈련, 대회 출전 강요 의혹 등에 대한 경위 파악과 함께 논란이 되는 제도, 협회의 보조금(71억2천만원) 운영 실태를 종합적으로 조사한다고 발표하였다.
안세영 인터뷰에 대한 스포츠계, 언론계, 정부 반응은 크게 3가지인데 안 선수가 말한 문제점 파악, 협회와 안 선수 간의 진실 공방, 스포츠조직의 시스템 문제에 관한 지적이다. 특히 안세영 인터뷰 직후 겨우 7일만에 정부 조사가 시작된 것은 최근 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로 스포츠계 시스템이 문제라는 인식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포츠조직의 시스템 문제보다 더 주목할 현상은 청소년과 기성세대 간의 소통 장애가 되는 가치관 충돌이다. 이번 대회 메달리스트 중에 절반이 2000년대 생으로 청소년이다(청소년기본법 기준, 24세까지). 팬이 열광하고 주목하는 대상은 청(소)년 선수지만, 스포츠조직의 임·직원은 주로 기성세대이다. 조직의 규칙을 정할 때 임직원뿐만 아니라 청소년 선수의 목소리도 반영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선수보다 지도자와 임직원이 더 높은 위세를 가진 풍토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에 대한 포용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임·직원에게 스포츠조직 목적은 국민에게 여가 기회를 제공하여 대중성을 확보하고, 우수 선수를 양성하여 국위를 선양하고 해당 종목과 조직을 지속시키는 것이라면, 청(소)년 선수에게 조직은 자신의 성공을 목적으로 운동 기량을 최대한 발전시키는 데 도움 주는 것이다. 협회의 존재 가치가 달라서 소통하며 조율해 가야 하는데 선수보다 임직원의 높은 권위가 지배적인 풍토에서 상호이해와 소통은 어렵다. 오죽하면 세계 1위인 안세영조차 참고 참았다가 모두가 주목하는 금메달 수상 인터뷰에서 '작심 발언'을 했을까.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협회가 기성세대 '임직원' 협회가 아니라 '국민과 선수'를 위한 협회로 거듭나기 위해서 무엇보다 세대 간 가치 차이를 수용하고 상호 소통력을 높이는 방법과 기술을 개발하고 소통 문화를 조성해 가야 한다. 의사소통 시스템을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