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한일협정 준비 과정 폐지
아픈 역사도 기억해야할 의미 지녀
경기도의회는 조기 게양 조례 제정
'달력에서 실종된 경술국치일, 다시 기념일로?'
일제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광복절을 앞두고 이와 반대인 우리 주권을 일제에 빼앗긴 '경술국치일'에 대한 국가기념일 재추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픈 역사도 기억(記憶)돼야 한다는 의미다.
경술국치는 1910년(경술년) 8월 29일 일제에 의해 우리나라 국권을 상실한 사건을 일컫는다. '국가적 치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이날 일제가 대한제국에게 '통치권을 일본에 양여함'을 규정한 한일병합조약을 강제로 체결했다. 반면 일제는 자신들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한일합방', '한일합병'이란 용어를 대체로 사용하는 중이다.
국권을 침탈당한 날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8월 29일 경술국치일은 1945년 광복 이후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정부 차원의 각종 의식 행사가 열렸지만, 1960년대에 한일협정이 준비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폐지됐다.
기념일 폐지 후 반백 년이 지나자 경술국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줄어들면서 2010년대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지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 공공기관이 제작하는 달력뿐 아니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서 알리는 달력 날짜에도 국치일은 사라진 상태다.
현행법에 따라 기념일로 지정돼야 정부 차원의 기념식과 그에 부수되는 행사를 전국적인 범위로 행할 수 있다. 법에서 정한 기념일은 55개며 오는 15일 광복절처럼 전국민이 국기를 달며 공휴일(제헌절 제외)인 국경일은 5개가 있다.
19대 국회인 지난 2011년, 2012년과 20대인 2016년 총 3번 국치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적 비극은 기념일의 취지와 다르다는 이유로 반복해서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다.
기념일 제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추념에 대한 요구가 지속되자, 지난 2013년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국치일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현재 경기도를 포함해 서울, 부산 등 10개 이상의 광역단체가 조례를 통해 국치일에 조기를 게양하는 상태다.
게다가 최근에는 역사적 비극과 참사 현장을 견학하는 다크투어리즘도 인기를 끌면서 경술국치 등 불행의 역사도 기념일로 다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나라를 빼앗긴 날인 경술국치일은 우리의 치욕적인 역사이면서도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이날을 기억할 수 있는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가적 기념일이 되면 가장 좋겠지만, 여러 논쟁으로 어렵더라도 이날을 잊지 않기 위한 국민적 여론이나 캠페인 등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