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가족 '고함·묵언수행 지시' 주장… 학생 5명 중 4명 '진술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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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사노동조합과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이 13일 진행한 ‘허위 증거 동원 아동학대 신고 관련 엄정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해교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4.8.13/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중등교사로 22년째 근무하면서 교육의 본질을 실천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학생의 거짓말로 저는 한순간 아동학대범이 됐습니다."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반 학생과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신고를 당해 지금까지 교단에 서지 못하고 있는 피해 교사 A씨의 호소다.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병가와 연가를 번갈아 사용하며 정신 치료와 법적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인천 한 중학교 1학년 담임교사였던 A씨의 삶이 흔들린 건 지난해 11월부터다.

당시 반장이었던 B양의 가족이 차례로 학교로 찾아왔는데, 이들은 A씨가 B양에게 고함을 쳤다거나 묵언수행을 지시했다는 등 아동학대를 주장했다. A씨는 그해 12월6일 국민신문고에 아동학대 민원이 제기된 것을 알게 됐다.

이후 A씨는 담임교사를 그만두고, 학교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올해 1월16일 인천시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결과 이 사안은 '교권 침해'로 결론이 났다.

그러자 B양 측은 이의를 제기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이보다 앞선 1월12일에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인천경찰청에 신고했다.

A씨 사건은 올해 5월 아동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됐다.

이 과정에는 B양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학생 5명의 진술(B양의 어머니가 직접 녹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 진술이 경찰 조사 등에 쓰이자, 학생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B양 어머니에게) 동조했던 것"이라고 고백했다. 학생들 모두 A씨에게 사과했고, 이 중 4명은 A씨를 위한 사실확인서도 제출했다. 가정법원이 수사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건을 검찰로 돌려보냈고, 지난달부터 인천경찰청이 보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교사노동조합과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13일 인천경찰청 앞에서 '허위 증거 동원 아동학대 신고 관련 엄정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A씨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번 탄원서에는 전국 교사 8천62명이 서명했다. A씨는 같은 일을 겪는 교사가 없기를 바란다며 기자회견에 참여해 발언했다.

A씨는 "B양에게 모범학생 표창 추천서를 써줬다가 문제 행동을 해서 취소한 일이 있다. 결국 B양은 상을 받지 못했는데, 그게 계기인지는 모르겠다"며 "사명감으로 학생들을 지도해도 거짓말로 교사를 아동학대범으로 만드는 것이 너무나 쉬워졌다. 어느 누구도 교사들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A씨 측 이나연 변호사는 "더 이상 선량한 교사가 누군가의 진술만으로 교실이 아닌 경찰청, 검찰청, 법원을 배회하지 않도록 심도 있는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B양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대표변호사는 "우리 쪽에서는 아동학대 정황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해 관련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며 "이는 재판에서 가려질 사안으로,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