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 반대하는 광복회 회원들
광복회 서울ㆍ경기지부 회원들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사퇴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2024.8.13 /연합뉴스
 

내일이 제79주년 광복절이다. 국가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국민이 화합하는 국내외 한민족 전체의 경축일이다. 그런 광복절이 국민을 결정적으로 갈라놓을 지경에 처했다. 정부가 주최하는 경축식에 독립운동 관련 단체와 야당이 불참하고 별도의 기념식을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임명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에 대한 광복회 등 독립운동 단체들의 반발이 광복절 쪼개기의 도화선이 됐다.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은 김 관장을 뉴라이트 성향 학자로 규정하고 임명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인하고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제정할 것이라 의심한다. 김 관장 임명이 건국절 제정의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김 관장은 터무니 없는 의심이고 주장이라 반박한다. 대통령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 회장에서 건국절 추진 의도와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고 한다. 김 관장도 학자의 양심을 걸고 건국절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노한 광복회장을 달래려 정부가 해명하고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양심선언까지 했다.

하지만 독립운동 관련 단체의 별도 기념식에 입법권력을 틀어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참석하기로 결정하면서 사태가 돌변했다. 독립기념관장 시비가 진영간의 역사 전면전으로 확대된 것이다. '대통령이 일제의 밀정'이라는 박지원 의원의 막말은, 이번 사태를 정권에 대한 전면적인 친일 공세의 계기로 삼으려는 야당의 의도를 보여준다.

김영삼 대통령의 '역사 바로세우기' 선언 이후 진보와 보수 정권이 교차 집권할 때마다 식민역사와 독립운동사, 근현대사에 대한 진영의 역사 인식과 해석이 반동적으로 충돌하면서 역사 교과서가 누더기가 됐다. 역사적 대립과 분열을 통섭시켜야 할 학계와 정치권이 오히려 역사적 편식에 앞장섰다. 그 결과로 두 개의 광복절 기념식이라는 파국에 이르렀다. 두 개의 광복절 기념식은 절대 안 된다. 해방 공간에 개입한 외세로 분단된 나라의 후손들이 또 다시 나라를 역사로 두 동강 낸다면, 거기에 연루된 정치·정당·단체들 모두가 국기문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조국의 광복을 위해 희생한 순국 선열의 피를 이런 식으로 모독하는 역사적 퇴행을 현실로 만들어선 안 된다.

대통령실과 광복회 등 독립운동 단체들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진지한 대화로 기념식 분열을 막아야 한다. 두 개의 광복절 기념식으로 갈라서면 대화 조차 힘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