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청이 16일 자로 김봉식 경기남부경찰청장을 서울경찰청장에, 김준영 강원경찰청장은 경기남부경찰청장에 각각 임명하는 등 경찰 고위직 인사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경찰 고위직 인사에 대해 다소 불편하다. 경찰조직 내에 예측 가능한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정권교체기, 문책성 경질 등의 특별한 사정을 없다면 '경찰청장의 임기는 2년, 시·도 경찰청장의 임기는 1년'이라는 경찰 인사시스템이 30년 넘게 유지돼 왔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임기 1년은 커녕 6개월도 채우지 못하는 시·도 경찰청장이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남부경찰청장이다. 김봉식 청장이 수도권 남부지역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기남부경찰청장에 취임한 것은 지난 6월 24일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업무보고만 받고선 만 2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서울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셈이다.
2016년 3월 경기지방경찰청이 경기남부경찰청과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분리된 이후 12명의 치안정감이 경기남부경찰청을 거쳐 갔다. 청장들의 평균 재임 기간이 8.6개월 정도다. 김봉식 청장을 제외하고 가장 짧게 경기남부경찰청장을 역임한 청장은 현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으로, 그의 경기남부경찰청장 재직 기간은 3개월에 불과했다. 당시 정순신 수사본부장의 갑작스러운 자진 사퇴로 인사의 필요성이 발생했다고는 하나 경기남부경찰청 치안서비스 수혜 시민들에겐 황당한 일이었다.
경기지방경찰청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2012년 5월 초 오원춘 사건으로 인해 취임 2개월 조금 넘은 시점에서 경찰대학장으로 발령이 난 전례도 있었지만 이미 공석이 예고된 서울경찰청장 자리를 채우기 위해 2개월도 안 돼 자리를 옮기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반면, 이번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은 지난해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 유임되면서 2022년 6월부터 2년 넘게 부산청장을 역임했다. 경찰 인사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든다.
총 7명 치안정감 중 법으로 임기 2년이 보장된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치안정감은 계급정년, 다시 말해 임기가 없기 때문에 후속 보직을 맡지 못하면 퇴직한다. 임기가 없다는 이유로 경찰 수뇌부를 수시로 이동시키는 인사 때문에 지방 경찰 조직이 흔들린다. 최일선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조직이 흔들리면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