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외국인 가사노동자 증가세
현재 총 노동인구의 9%에 달해
1993~2006년 출산율 1.3→0.9로↓
스웨덴, 전업주부 획기적 줄면서
출산율 2점대까지 반등 '정책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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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우 작가
지난 6일 필리핀 가사노동자 100명이 입국했다. 이들은 생활법률과 성희롱 예방 등 4주간의 교육을 거쳐 다음달 초부터 각 가정에 배치된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저출산 대책을 명분으로 현 정부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공조해 도입한 정책이다. 학계에서는 홍콩과학기술대의 김현철 교수가 전도사를 자임하며 세미나 등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책의 실효성을 위해 한국 최저임금의 반토막 수준인 월 100만원가량의 급여가 적정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조정훈 의원의 주도로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는 법안이 발의된 적도 있지만 각계의 반발 속에 최저임금 적용 조건으로 일단 사업이 시작되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임금을 대폭 낮추려는 데는 홍콩의 사례를 분석한 연구가 근거로 제시된다. 홍콩에선 이미 1970년대부터 가사 및 돌봄을 저개발 국가의 노동자에게 외주를 주었는데, 본격적인 변화는 이들의 임금이 확연히 낮아지는 90년대에 들어서다. 8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25~54세 홍콩 여성의 노동시장 추이를 5세 이하와 6세 이상의 자녀별로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06년 사이 자녀 연령과 무관하게 여성 노동시장 참여율이 상승한다. 특히 5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의 참여율이 더 가파르게 상승하며, 6세 이상 자녀가 있는 경우와 같아졌다. 이는 분명 임금이 대폭 낮아진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증가가 주원인이다.

홍콩과기대 김 교수에 따르면 대졸 여성의 경우 25%P의 노동시장 참여율 상승이 있었는 바, 이는 인류 역사상 본 적이 없는 정책 효과이며, 이 제도 덕분에 홍콩의 출산율이 더 떨어지지 않았다. 홍콩의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현재 총노동인구의 9%에 달할 정도이지만 한국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저출산에 머물러 있다. 1993~2006년 사이에도 출산율은 1.3에서 0.9로 하락했다.

초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찾기 어려운 세계 주요국들의 1993년부터 2006년 사이 여성 노동시장 참여율과 출산율의 변화를 보면, 대체 왜 꼴찌 경쟁 상대를 극찬하며 답습하려 드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홍콩의 25~54세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1993년 59.1%에서 2006년 71.3%로 12.2%P 상승했다. 여타 국가들의 여성고용 급상승기에는 못 미치지만 비교적 높은 상승률이다. 앞서 말했듯 출산율은 1.3에서 0.9로 떨어졌다(자녀 연령대별 각국의 자료가 제공되진 않으므로 이 연령대 전체 여성을 비교한다). 네덜란드의 25~54세 여성 노동시장 참여율은 1993년 64.6%에서 2006년 79.7%로 15.1%P 올랐다. 홍콩보다 더 높은 상승률에 출산율도 1.57에서 1.72로 같이 올랐다. 아일랜드는 동기간 노동시장 참여율이 52.1%에서 70.7%로 18.6%P 대폭 상승했고 출산율은 1.91에서 1.94로 유지했다.

여러 면에서 저평가되는 남유럽이지만 홍콩과의 비교라면 한결 낫다. 스페인의 경우 참여율이 52%에서 71.8%로 19.8%P 대폭 상승할 때, 출산율은 1.27에서 1.36으로 상승했다. 그리스는 참여율이 52.5%에서 68.4%로, 출산율은 1.32에서 1.4로 올랐다. 그리스 역시 홍콩보다 여성 노동시장 참여율이 더 높게 오르면서도 오히려 출산율이 상승한 사례 중의 하나다. 초저임금 외국인 노동자가 여성고용과 저출산의 해법인 양 내세우는 이들이 민망할 정도로 한국이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는 이 외에도 차고 넘친다.

1968년 7세 이하 자녀를 둔 20~50세 스웨덴 여성의 62.4%가 전업주부였지만 불과 13년만인 1981년에는 20%로 줄어들었고, 91년에는 10%까지 줄었다. 이 시기 출산율은 2.07에서 1.63으로 하락했다가 2.12로 다시 상승했다. 2007년 16~64세 스웨덴 여성 중 전업주부는 단 2%로 조사되었다(출산율 1.88). 62.4%에서 10%로 불과 20여 년 만에 어린 자녀가 있는 전업주부가 획기적으로 줄면서도 출산율이 2점대까지 반등하는 것,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책 성공 사례란 홍콩이 아닌 바로 이런 것이다.

/장제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