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하는 경로 다양… 편견 대신 촘촘한 제도 필요"


몇년전 시작한 한지공예 활동 성과
입소자 3명, 공모전서 특상 거머줘
자격증 취득 등 자립 성공사례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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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노숙인 요양시설 '다사랑의집' 김란(46) 사무국장은 "다양한 도움이 필요한 노숙인을 위한 제도가 더 촘촘하게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2024.8.18 /백효은기자100@kyeongin.com

인천 미추홀구에는 1995년부터 운영 중인 노숙인 요양시설 '다사랑의 집'이 있다. 이곳에서 생활 중인 노숙인 3명은 최근 제9회 대한민국 전통문화예술작품 공모전에 한지공예 작품을 출품해 특상 등을 거머쥐었다.

김란(46) 사무국장은 이 시설에서 2013년부터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고 있다. 그는 시설에 입소한 노숙인들을 '생활인'이라고 부른다.

김 사무국장은 한지공예 활동이 시설 생활인의 자존감과 사회참여를 높이는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몇 해 전부터 인천시의 지원을 받아 생활인들의 소근육, 정서 발달을 위해 운영해 온 한지공예 활동은 당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작품으로 전시도 열고, 작품을 이웃주민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기도 하면서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다사랑의 집이 숭의동 현재 위치에 자리 잡은 것은 2006년이다. 당시에 새로 건물을 짓고자 했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이 컸다. 대신에 여인숙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김 사무국장은 "당시에는 노숙인에 대한 지역사회의 편견이 심해 시설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면서도 "강하게 시설 운영을 반대했던 지역 상인들이 최근에는 든든한 후원자가 돼 생필품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법인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시설이라 운영에 어려움도 많다. 김 사무국장은 "시설비 일부와 조리사 1명의 인건비를 인천시로부터 지원받고 있다"면서도 "생활인들의 신변을 돌보고, 때로는 공격성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등 높은 업무강도에 비해 종사자 처우가 열악한 편이라 인력이 항상 부족하다"고 했다. 김 사무국장은 어머니인 김남순 원장과 교대로 야간업무를 보고 있다.

시설에 살다가 자립에 성공한 이들이 김 사무국장을 찾아오는 일도 종종 있다. 그는 "폭력을 일삼던 남편과 이혼 후 50일 된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은 여성이 있었는데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우리 기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어머니와 함께 시설에서 살던 아이가 대학생이 됐다며 찾아온 일도 그에겐 뜻깊은 기억이다.

김 사무국장은 "아직도 노숙인을 생각하면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편견이 있다"며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몸이 안 좋아지고, 가족과 연이 끊겨 거주지를 잃고 노숙인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설에서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노숙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노숙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사라지고, 도움이 필요한 다양한 유형의 노숙인을 위한 제도가 더 촘촘하게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