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엔비디아와 계약 전망

최초 'HBM3E 12단' 반도체 모델
엠코, 한국 패키징 생산거점 확대
동진쎄미켐, EUV감광액 실적 기대
"내년 기점으로 장기적 성장 예상"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연내 공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인천지역 반도체 기업들도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5세대 HBM인 HBM3E 12단을 올해 중 양산해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HBM3E 12단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의 품질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달 중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3E 12단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는데, 12단은 기존 모델인 HBM3E 8단보다 데이터 저장 용량과 작업 처리 속도가 50% 이상 개선됐다는 평가다. HBM은 D램 메모리 반도체를 수직으로 여러 개 쌓아 올려 성능을 극대화한 반도체로 12개의 D램을 쌓은 HBM 12단을 개발한 것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계 최초다.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내세워 수주 가능성을 높이면서 인천지역 반도체 기업들도 HBM 수요 확대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인천 송도와 부평에 반도체 패키징 사업장을 둔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의 모회사인 앰코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미국 애리조나 사업장과 함께 한국 사업장을 첨단 패키징 생산 거점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송도 사업장에 패키징 설비 시설을, 부평 사업장에는 패키징 품질을 테스트하는 시설을 가동하고 있는데, 올해 초 D램 패키징 생산 규모를 늘리기 위한 투자를 확정했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삼성전자와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 등으로부터 D램 패키징 물량을 받고 있으며, HBM 시장이 확대하면서 D램 패키징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 웨이퍼(Wafer·원형 판) 위에 회로를 그리는 데 쓰이는 물질인 극자외선(EUV) 감광액을 생산하는 동진쎄미켐도 삼성전자의 실적 확대가 이뤄지면 호재를 누릴 기업으로 꼽힌다. 동진쎄미켐은 올해 2분기까지 6천88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 가운데 삼성전자 관련 매출액이 42.4%(2천901억원)로 가장 많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 국산화 기조를 강화하면서 동진쎄미켐이 공급하는 EUV 감광액의 점유율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HBM3E 모델 공급 확대가 이뤄지면 실적이 더 개선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신영증권 박상욱 연구원은 "삼성전자 공급망에 속한 업체들이 올 하반기 들어 가동률을 높이면서 유의미한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고, 내년을 기점으로 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