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E-커머스 물류단지 변경 추진
'6900억 국비지원' 행안부 등 난색
재정악화로 올해 신청 안받아
市 구상, 내년말쯤 가능할듯
경기북부의 대표 미군공여지인 CRC(캠프 레드클라우드)에 문화재적 가치를 살린 '디자인문화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의정부시의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19일 의정부시에 따르면 CRC를 개발하려면 행정안전부가 승인하는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그래야 국비 투입이 용이하며 행정절차도 특례를 적용해 빠르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계획은 매년 초 대상지가 있는 시·군이 경기도를 거쳐 행안부에 변경을 신청하면, 행안부가 각 부처 의견조회를 거쳐 확정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관리하는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에는 아직도 CRC의 개발계획이 전임시장때 추진했던 E-커머스 국가물류단지로 설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지난해 CRC를 물류단지가 아닌 문화공원으로 개발하겠다고 변경 신청을 했지만 행안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당시 시는 CRC를 개발하려면 국가가 토지매입비 상당분을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로 6천900억원에 달하는 국비지원을 신청했는데,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난색을 보이면서 결국 불승인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국비 지원금액을 낮춰 다시 발전종합계획 변경을 신청한다는 계획이지만 행안부가 올해는 신청조차 받지 않아 결과가 요원한 상태다. 행안부는 정부 재정 악화와 더불어 지난해 발전종합계획도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올해 변경승인 과정을 건너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행안부가 변경승인 절차를 한 해 거른다면 시의 구상대로 CRC의 개발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오는 2025년 말에나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정부 부처의 입장대로 국비 지원액이 줄어들면 그만큼 시의 부담은 커지고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획으로의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2사단 사령부가 주둔했던 CRC 내 역사적 건축물들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살리겠다는 시의 의지도 끝까지 고수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 토지소유자인 국방부가 현행법 조항을 근거로 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된 일부만 남기고 나머진 굴착 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미군공여지 가운데에서도 상징적 의미와 가치, 규모가 큰 CRC를 기초 지자체 차원에서 개발하는 것은 애초부터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틀의 원칙을 세우고 천천히 나아가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