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선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잇따라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 흥행으로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지만, 정작 미래 한국 스포츠를 이끌 아마추어 학생선수들이 최저학력제에 발목이 잡혀 다음 학기까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서다.
지난 2021년 개정된 학생 운동선수 최저학력제는 오는 9월 본격 시행 예정이다. 일정 기준 학업 성적에 도달하지 못하면 한 학기 동안 대회 출전 자체가 금지된다. 학생 선수가 운동만 한다면 향후 진로 선택이 제한되기 때문에 공부도 병행해 다양한 길을 열어두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다.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5개 교과 기준 초등학생은 같은 학년 전체 평균 성적의 하위 50% 미만, 중학생은 하위 40% 미만, 고등학생은 국어·영어·사회 3개 교과에서 평균 대비 하위 30% 미만일 경우 적용된다.
그러나 현재의 최저학력제는 학생선수들이 운동도, 공부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엘리트 체육 활성화를 위해선 학생선수가 중심이 되는 현장 맞춤형 제도가 필요한데, 현행 제도에선 최저학력제에 발목이 잡혀 대회 출전은커녕 선수생활도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예체능 특기자 가운데 최저학력제를 체육분야에만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학생선수들이 대회·훈련 등에 참가하기 위해 수업에 불참할 경우 출석으로 인정되는 일수 제한도 문제다. 초등학생은 20일·중학생은 35일·고등학생은 50일로 묶여 있는데, 각 종목은 이를 피하기 위해 무더운 여름철인 방학기간에 대회를 집중시켜 진행하고 있다. 세계대회에 자주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우에도 출석 일수를 맞추기 어려워 무단결석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24 파리 올림픽 탁구에서 동메달 2개를 따낸 신유빈은 2020년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실업팀에 입단했다. 당시 중학생이던 신유빈은 최저학력제에 걸려 1년 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학생 선수의 학업을 증진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학업을 포기하게 만든 사례다.
다행히 정치권과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도 최저학력제 보완을 위해 대안을 강구중이지만, 현장에선 제도 보완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최저학력에 미달한 학생선수가 자퇴하는 등 공교육 이탈을 방지하고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선수의 대회 참가를 허용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