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소통의 탐구 그리고 '진화하는 새'


김, 위태로운 상황 눈 감은 이들에 메시지
민, 일상의 환경과 주체가 맺는 관계 집중
각각 '국제해군기류'·'다시락' 작품 눈길


15_1.jpg
김은숙 작가의 작품 전시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동시대 미술계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해 온 경기도 중진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2024 경기작가집중조명에 선정된 작가는 '김은숙'과 '민성홍'이다. 탄탄한 이력과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두 작가의 전시는 신작 발표뿐 아니라 대표작과 그 안의 작업 과정을 담아낸 아카이브까지 밀도 높게 구현했다. 이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어떻게 쌓아왔으며, 또 어디로 확장해 나가는지를 함께 볼 수 있어 흥미를 더한다.

두 작가 모두 설치작품을 선보이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소통'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김은숙 작가의 '부정이 아닌 시치미, 긍정이 아닌 너스레'는 불확실성으로 옮겨간 작가의 관심사를 나타낸 작품이다. 딸랑거리는 방울소리에 검정색 비닐에 쌓인 장난감 강아지가 전시공간을 돌아다닌다.

깎아진 듯 베어진 듯 묘한 거리감에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느낌을 주는 벽 사이로 '불확실성'이라는 글자가 적힌 떡밥으로 만든 금괴가 있다. 어쩌면 허상처럼 보이는 물질 만능주의와 이 모든 것들이 주는 불안의 요소는 위태로운 현실을 반영한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들리는 둔탁한 소리의 '버드 스트라이크 Ⅱ' 작품은 새가 벽에 부딪혀 내는 아찔한 소리를 흘려보내며 불확실하면서도 위태로운 상황에 눈을 감은 이들에게 소통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15_2.jpg
김은숙 작가의 작품 전시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이와 함께 전시장에는 선박 간 깃발로 신호를 주고받는 '국제해군기류'로 작업한 김은숙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국제해군기류는 알파벳 26개에 해당하는 문자기로 구성돼 있고, 이 깃발은 해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함축해 전달한다. 작가는 이러한 신호체계를 문자 삼아 경구나 격언을 다시 이미지로 만들어 냈다.

비탈길처럼 사선으로 점점 좁아지는 구조물에 전시된 작품 '잠수함 속 토끼와 탄광 속 카나리아'는 위험을 알리는 신호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지켜줘', '권력 남욕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적 소유가 범죄를 낳는다'라는 문구를 담은 작품은 마치 가라앉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손을 뻗으며 소리를 내고 있다.

15_3.jpg
2024 경기작가집중조명 민성홍 작가의 작품 전시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민성홍 작가는 일상의 환경과 주체가 맺는 관계에 집중한다. 개개인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며 겪는 변화와 양상을 구조적으로 풀어내는 작가는 작업 초기부터 '새'를 모티브로 삼아왔다. 환경에 적응하며 각기 다른 모습으로 진화한 새의 부리를 보며, 계속해서 바뀌고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해 나가야 하는 사람들을 그려낸다.

작가는 2010년 이후 도시개발로 인적이 사라진 곳에 남겨진 사물들로 작업을 했다. 쓰임을 다한 사물에는 흘러온 시간과 이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이를 해체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구조물로 만들면서부터는 작가의 감정들이 투영되며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

바퀴가 달려있는 구조물들은 의지와 상관없이 한자리에 머물러야 했던 사물에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 작품이다.

15_4.jpg
2024 경기작가집중조명 민성홍 작가의 작품 전시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작가의 대표작 '다시락'은 진도를 중심으로 전해 내려오는 장례놀이 '다시래기' 굿에서 가져온 것으로, 죽는다는 것은 새로운 탄생임을 의미하는 순환의 개념을 사물에 적용했다. 바퀴를 단 구조물에 화려한 꽃으로 치장하고 퍼포먼스를 하는 내내 예의 있는 정중한 몸짓으로 사물을 위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스킨_레이어' 시리즈는 섬세함 속에 마디마디 엮이고 설켜 있는 관계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조각과 조각이 모여 공중에 매달려 아슬아슬해 보이는 작품은 주변의 상황에 따라 느낄 수 있는 위태로움과 불안함으로 사회 시스템 속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작가의 작품세계와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9월 22일까지 계속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