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까지 겹쳐 저지대 일부 잠겨
해수부, 최대 967㎝까지 상승 전망
해경, 순찰 강화·긴급출동태세유지
"백중사리 때마다 바닷물에 침수될까 걱정이에요. 갈수록 해수면도 높아진다는데…."
21일 오전 6시께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항 공판장 일대는 바닷물이 넘쳐 물바다가 됐다. 상인들이 미처 부두 안쪽으로 옮겨두지 못한 대야, 스티로폼 상자 등이 공판장에 들어찬 바닷물 위로 둥둥 떠다녔다. 소래포구 상인 양애자(64)씨는 "전날 밤에 미리 공판장 주변에 쌓아두었던 짐들을 모두 부두 안쪽으로 옮겨뒀다"며 "오늘은 비도 많이 와 바닷물 높이가 지난해보다 높고 간조 때도 물이 빨리 빠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은 1년 중 해수면이 가장 높아지는 '백중사리' 기간(8월20~23일)인 데다 폭우까지 내려 소래포구 등 인천 해안가 저지대가 일부 물에 잠겼다.
지난해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 피해를 겪은 인천 옹진군 영흥면 어촌계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정태(56) 영암어촌계장은 "지난해에는 어촌계 사무실로 이용하는 컨테이너 주변까지 바닷물이 밀려와 올해는 컨테이너 바닥을 지상에서 30㎝ 떨어지도록 개조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며 "매년 백중사리 때마다 해수면이 조금씩 더 높아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중구 연안부두 인근에 있는 인천수산업협동조합(이하 인천수협)도 침수 피해를 예방하고자 주변 시설 등을 정비했다. 수협 관계자는 "오늘 아침, 백중사리로 인해 부두에 물이 약간 들었지만 다행히 침수 피해는 없었다"면서 "침수 시 떠내려갈 수 있는 어구 등 물건은 화물 적재판 위에 올려놔 고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5시 51분 인천 해수면 높이는 960㎝로 '경계' 단계에 진입했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은 백중사리 기간 중 인천의 해수면 높이가 최대 967㎝(22일 오전 6시 29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필이면 이날 제9호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폭우와 강풍도 몰아쳤다. 오전 5시 30분 강화군을 제외한 인천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고 오전 6시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인천 도심에서 주택 침수 피해가 잇따랐고 강화군에선 어선 3척이 전복되기도 했다.
해양경찰청은 이번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 피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안가 등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위급 상황에 대비한 긴급 출동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올해 초 극지연구소는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오는 2050년에 인천 해수면이 평균 4㎝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인천은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폭 3.6㎝보다 약 10% 정도 더 높게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1월3일자 6면 보도=2050년 인천 해수면 4㎝ 높아진다는데… 침수피해 예방책 있나)
/정선아·이상우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