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형 배연로봇통해 현장 진입
저상소방차 도입… 권역별 배치
대형 화재사고 대비책 마련할것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뜨겁고 짙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소방대원이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연기를 빨아들이거나 밀어내는 배연차도 층고가 낮은 지하주차장에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임원섭(57) 인천소방본부장은 지난 20일 경인일보와 만나 이달 초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진압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천에 1대뿐인 터널용 '궤도형 배연로봇'(이동식 가압팬)을 가져와 발화지점(333동)과 150m가량 떨어진 아파트 주출입구(329동, 330동)부터 연기를 밀어내며 진입을 시도할 수 있었다"며 "이번 화재를 계기로 궤도형 배연로봇 3대와 지하주차장에도 진입이 가능한 저상소방차 4대를 도입해 권역별로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 본부장은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진압에 8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 이유로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 미작동을 꼽았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층고가 낮아 발화 지점까지 소방차와 화재 진압 장비들의 접근이 어렵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층고가 2.3m인데 소방차량은 2.7m가 넘는다. 인천에는 폭이 좁고 높이가 낮은 저상 소방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배연로봇을 작동시킨 후 소방대원들이 소화수를 뿌리며 발화 지점을 찾아 나설 때도 호스 10벌을 연결해야 했다.
인천소방본부 조사 결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야간근무자가 화재 직후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의 '연동 정지 버튼'을 눌러 화재를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임 본부장은 아파트나 상가 관리사무소에서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를 임의 조작하는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환경(8월12일자 6면 보도=청라 전기차 화재, 전형적 '안전불감증'이 화 키웠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방안전관리자가 6시 이후 퇴근하고 나면 야간에는 대부분 소방안전관리 보조자가 관리를 한다"며 "이들이 현재보다 강화된 필수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천소방본부는 지난 12일부터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인천지역 아파트 1천682개 단지를 대상으로 긴급 소방안전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비 정상 작동 여부와 소방안전관리자의 업무 수행 적정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임 본부장은 "이번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전기차 구조상 바닥 쪽에 있는 배터리는 충격 방지를 위해 금속으로 감싸져 있다. 이 때문에 천장에서 떨어지는 소화수가 발화 지점인 배터리로 침투하기 어렵다.
그는 "배터리 자체 발화의 위험성, 열폭주 등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화재 양상이 다르지만, 지하주차장 내 스프링클러만 제대로 작동한다면 소방대원들이 충분히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21년 8월 충남 천안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선 내연기관 자동차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미작동해 총 677대의 차량이 불에 타는 등 피해가 컸다. 하지만 지난 7월 발생한 인천 연수구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인명 피해 없이 차량 2대만 불에 타고 진화됐다는 설명이었다.
끝으로 임 본부장은 "이번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인천지역 아파트의 소방설비 관리와 지하주차장 화재 진압 방법 등을 점검하고 있다"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또 다른 대형 화재사고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