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처우개선·공공성 강화 제안

"갈수록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늘어나는데, 열악한 처우 탓에 돌봄 노동자들이 모두 떠나고 있어요."
인천 계양구 한 요양원에서 일하는 허미숙(56)씨는 "낮에는 노인 7~8명, 밤에는 20명을 혼자 돌보고 있지만 몇 년째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2시간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자세를 바꿔줘야 한다"며 "어르신들을 업거나 안고 이동하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이 생겨 최근 병원을 다니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21일 오후 2시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세미나실에서 '인천 돌봄노동의 현주소'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요양보호사, 아이돌보미, 장애인 활동지원사 등 돌봄 노동자들은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허씨는 "어르신이나 이들의 보호자로부터 폭언, 폭력, 갑질 등을 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효성 있는 매뉴얼이 없어 그저 참을 수밖에 없다"며 "매뉴얼에는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혀라'는 내용만 담겨 있다"고 했다.
또 인천사회서비스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순화(52)씨는 "자·타해 가능성이 있는 정신질환자 등을 돌보다 신변의 위협을 느껴 인천사회서비스원에 도움을 요청한 동료 요양보호사가 전체 15명 중 10명이나 된다"고도 했다.
이들 돌봄 노동자들은 인천시가 '돌봄 노동자 권리보장 및 처우개선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기대와 달리 처우가 별반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0년째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다는 김기순(64)씨는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수년간 요구했지만 열악한 노동 환경은 변하지 않았고, 많은 동료들이 이를 버티지 못하고 떠났다"며 "질 좋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돌봄 서비스 사업을 대부분 민간 시설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며 "돌봄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돌봄 서비스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