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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의 배신┃한덕현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240쪽. 1만7천 원

책상에 진득이 앉아 있는 걸 좀처럼 본 적이 없는 한 어린이. 하지만 퍼즐 맞추기를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밥도 먹지 않고 꼬박 7시간을 한 자리에서 머문다. 집중력이 상당한 듯 보이지만 성적은 좋지 못하다. 이 아이는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집중력의 배신’의 저자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말로 ‘집중력’이 높은 건지 따져봐야 한다고 냉정하게 되묻는다. 한 교수는 현재 중앙대병원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 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의학에서는 이런 학생을 두고 집중력이 높다고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는 것은 집중력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싫어하는 것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 복잡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할 수 있는 능력이 의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집중력에 더 가깝다”고 진단한다. 이런 행동은 오히려 중독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집중력의 배신’에서는 이런 ‘집중력’이라는 단어의 오용을 짚어낸다. 1부 ‘선 넘는 중독, 선 긋는 몰입’, 2부 ‘나를 물들게 하지 않는 뇌 사용법’, 3부 ‘중독, 어디까지가 병인가’, 4부 ‘몰입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등 총 4개의 챕터를 통해 ‘몰입 혁명’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중독과 몰입 사이에서 현대인들이 어떻게 능동적으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진단한다. 특히 ‘중독=부정, 몰입=긍정’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 다양한 차원으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상황과 개념에 대한 설명 끝에 저자는 문화·기술적 환경에 따라 변하는 상황을 단지 중독이라 단정 짓고 과거의 기준에 따라 대처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오히려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의 특징을 알아내고 이것의 장단점을 파악해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진단 기준과 의학적 정의를 내리려는 속도보다 몇십 배나 빠르게 흘러가는 문화적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