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에게 학교폭력은 호환마마보다 무섭다. 배구 국가대표팀 공격수와 세터였던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학폭 가해자였다는 연쇄 폭로로 V-리그를 떠나야 했다. 자매는 억울하다 했지만 피해자의 기억은 선명했다. TV조선 '미스트롯2' 경연에서 준결승에 올랐던 '진달래'도 무명의 설움을 벗고 별이 되기 직전에 학폭 논란으로 하차했다.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의 학교폭력 때문에 취임 하루전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이 취소됐다.
각계의 '셀럽(celebrity)'들이 학폭 저격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학폭의 기억에 영원히 박제된다고 한다. 죽을만큼 고통스럽고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자신을 끔찍한 폭력의 기억에 가둔 가해자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인이라면 피해자의 고통은 필설로 형언하기 힘들 테다. 폭로는 피해자가 살기위해 선택한 마지막 수단일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폭력이 사실일 때의 명분이다. 만약 허위 폭로라면 용서할 수 없는 인격살인이자 명예살인이다.
남양주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 전체가 학폭 시비에 휘말렸다. 이 학교 6학년 학생 41명 중 20명이 46건의 학폭 혐의로 경찰과 학교에 신고됐단다. 피해 신고자는 한 학생이라는데, 신고당한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허위 신고'라 주장한다.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육당국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지난 20일부터 6학년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하고 나섰다.
한 학년 절반의 학생이 한 학생에게 폭력을 가했다니 사건의 양상이 상식 밖이다. 게다가 경찰에 형사 고소한 당사자가 학생인 점도 기이하다. 신고당한 학생들의 학부모는 허위 학폭 신고 때마다 1주일간 분리 조치돼 수업을 못받는 상황에 분노한다. 반면에 신고 학생 부모는 폭력이 사실이라 주장한다. 학교와 교육청은 학폭 처리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어 난감한 표정이다.
신고 당한 학생들뿐 아니라 신고한 학생도 걱정이다. 본인의 의지로 동급생 절반을 신고했다고 믿기 힘들다. 동급생들이 신고자와 피신고자로 나뉘어 교실이 황폐해졌다. 사건의 양상이 비정상적이면 상담 등 교육적 개입이 선행됐어야 마땅했다. 현행법은 신고만 하면 학폭처리 절차를 기계적으로 작동시킨다. 학교폭력을 법에 맡기면서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들의 다툼이 법으로 가려야 할 사건으로 커진다. 배가 산으로 가는 교육 현장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