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양보만이 '재난 최악 상황' 막는다


미추홀구 도화동 제일시장사거리
차 몰던 운전자들 대부분 비켜줘
출동거리 멀고 좁은 골목 많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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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2시 8분께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제일사거리 방면 도로에서 민방위 훈련과 연계한 인천소방본부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2024.8.22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시민들의 협조가 있어야 재난 상황 시 골든타임 '7분'을 지킬 수 있습니다."

22일 오후 2시8분께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제일시장사거리로 향하는 도로. 사이렌을 울리며 1차선을 주행하던 소방차가 속도를 줄였다. 이 일대는 인근 상가와 전통시장 등을 방문하는 이용객들의 차량으로 붐비고 길가에 상습적으로 불법 주·정차가 발생하는 지역이다.

1차선으로 주행하려던 한 택시는 소방차를 보고 차선을 바꾸려 했다. 하지만 도로 가장자리인 2차선을 점령하고 있는 소형 트럭 탓에 택시는 1차선과 2차선 사이에 걸쳐 선 채로 소방차가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 소방차와 정차된 택시 사이의 좁은 공간을 이륜차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모습이 위태로웠다.

을지연습 마지막 날인 이날 민방위 훈련과 연계한 인천소방본부의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에 동행했다.

 

지휘차 1대가 펌프차 1대, 소형 사다리차 1대, 구급차 1대 등을 이끌었다. 차를 몰던 시민들은 대부분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서둘러 비켜줬다. 하지만 좁은 도로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있는 구간에선 길을 터줄 공간이 없어 운전자들이 소방차 앞으로 끼어들려는 모습도 보였다.

미추홀구 주안동 신기사거리에선 한 시내버스가 길가에 정차된 차량을 피하려고 펌프차 앞으로 끼어들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기자와 함께 소형 사다리차에 탑승한 미추홀소방서 소속 심재호 소방장은 "펌프차나 사다리차에는 물탱크 등 무거운 장비가 실려 있어 시속 60㎞ 정도로 달릴 수밖에 없다"며 "길 터주기 등 시민들의 협조가 있어야 신속히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을지연습-민방위 훈련 연계 미추홀소방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22일 오후 2시 8분께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제일사거리 방면 도로에서 민방위 훈련과 연계한 인천소방본부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2024.8.2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소방당국은 화재 등 재난 상황에서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소방차 출동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한다. 화재 발생 5분이 지나면 불의 확산 속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인명 구조를 위한 소방대원의 진입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 심정지 환자의 경우 4분이 지나면 1분마다 생존율이 10% 감소한다.

이를 고려해 소방당국은 신고부터 출동까지 시간을 측정해 지역별 '화재현장 소방차 7분 이내 도착률'을 매년 집계해 관리하고 있다. 올해 1~7월 인천소방본부의 '화재현장 소방차 7분 이내 도착률'은 평균 80.1%다. /표 참조

 

인천 화재 현장 소방차 7분 이내 도착률
인천 화재 현장 소방차 7분 이내 도착률
 

인천은 지난해 7분 이내 도착률이 78.5%로 전국 평균(68.1%)보다 높았지만 전국 1위인 서울(93.8%)보다는 많이 낮았다.


이에 대해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관할 지역 내에 소방서(119안전센터, 119구조대)가 많을수록 7분 이내 도착률이 높다"며 "서울과 비교해 평균 출동 거리가 멀고 좁은 골목이 많은 인천에서는 도로 위 시민들의 길 터주기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운전자는 화재 현장 등으로 출동하는 소방차가 나타나면 길을 터 주기 위해 최대한 도로 가장자리 또는 옆 차선으로 차량을 이동시켜야 한다. 횡단보도를 걷는 보행자도 출동하는 소방차가 보이면 잠시 멈춰야 한다. 소방기본법에 따라 도로 위에서 소방자동차의 진로를 양보하지 않거나 고의로 경로를 막는 경우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