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전력수급 기본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HVDC(고전압 직류송전) 변환소 증설' 사업에 대해 하남시가 21일 불허했다. 시는 지난 3월 한국전력공사가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과 관련해 신청한 ▲345㎸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건축허가 ▲345㎸ 동서울 옥내화 토건공사 행위허가 ▲345㎸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관련 전력구 정비공사 ▲500㎸ 동서울변환소 본관 부지 철거공사 등 4건을 불허처분했다.
동서울변전소가 위치한 지역을 지역구로 둔 추미애 의원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하남시의)'동서울변전소 증설사업' 불허처분을 환영하며 이는 시민의 힘으로 주민의 건강권을 지켜낸 승리"라고 자평했다. 전자파 우려, 주민의견 수렴 미흡 등이 지적됐다고 하지만 하남시가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을 불허처분한 것을 '승리'라고 평가할 일인지 의문이다.
올여름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로 전력소비가 급증하며 지난 19일 오후 5시 최대수요는 94.7GW(1억㎾)로 집계돼 지난 13일 최대수요(94.6GW)를 6일 만에 넘어서는 등 8월에만 6차례 최대 전력수요를 경신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공급능력은 104.6GW, 공급예비력은 9GW, 공급예비율은 9.4%였다. 한마디로 올여름은 잘 버텼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과 내후년에도 잘 버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전력수급 비상경보 등급별 기준에서 준비단계(1단계)의 공급예비전력은 4.5~5.5GW 미만이다. 지난 19일 공급예비전력보다 고작 3.5GW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공급예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상황은 예삿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전력 수요는 늘어나는데 전력 생산이 따라가지 못한 것도 아니다. 송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전기를 생산해도 수도권으로 보내지 못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강릉안인화력발전소와 GS동해전력, 삼척남부발전은 출력을 낮춰 감발운전을 이어오다 4~5월 가동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들 화력발전소만 가동하면 잠시나마 전력수급 문제에 있어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송전망 확충과 함께 HVDC 기술을 적용한 동서울변전소는 수도권 전력 공급을 안정화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인프라다. 전력수급 안정화를 위해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면 시민들과 한전, 하남시가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해 객관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