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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장에서 미네소타 주지사인 팀 월즈가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했다. 그런데 아들 거스가 아버지를 밀어내고 깜짝 스타로 빛났다. 아버지의 연설에 감동한 17세 아들이 "저 사람이 내 아버지"라고 펑펑 우는 장면이 생중계된 것이다. 민주당원뿐 아니라 전대 시청자들이 감동의 도가니에 빠졌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반대로 조롱했다. 한 여성 보수 논객은 "이상한 애"라 했고, "멍청하게 우는 아들"이라거나 "탐폰(생리대)을 갖다 줘라"는 팟캐스터들도 있었다. 트럼프의 MAGA 캠페인과 마초 캐릭터에 경도된 지지자들에겐 거스의 오열마저 민주당을 비난할 가십거리에 불과했다. 거스가 비언어적 학습장애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역풍이 불었다. 아이와 장애인을 동시에 공격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인면수심에 민심은 진저리쳤다.

지난 22일 부천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끔찍한 참사다. 호텔의 대응이 빨랐고, 구조에 빈틈이 없었다면 다 살릴 수 있었던 생명들이었다. 안타깝고 슬퍼해야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온라인에 조롱글이 넘친단다. 평일 호텔 투숙에 대해 제멋대로 상상한 억측으로 희생자들을 모욕한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지경에 이르렀다.

안타까운 희생자와 숭고한 희생을 막말로 조롱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세월호 유족들을 조롱하고, 천안함 전사자와 함장을 모욕한다. 급기야 시청역 역주행 사건 희생자들을 향해 조의랍시고 올린 글이 "토마토 주스가 되어버린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였다. 정치적 분열이 잉태한 증오와 혐오가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세태의 증거라면 아찔하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혐오와 증오에 갇혔다. 정부·여당은 조선총독부의 후예, 야권은 사이비 선동세력이다. 정략적 언어폭력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정당들이 허구의 괴물로 전락했다. 실제로 그럴리가 없는데 경도된 이념적 지지자들은 허구의 세계에 갇혀 상대를 끊임없이 조롱한다. 조롱은 일상으로 퍼져 생명의 가치마저 희롱한다.

인류는 말로 멸종될지 모른다. 혐오 가득한 정치 언어가 사회를 오염시키면서 인륜이 바닥에 떨어지고 공동체를 위한 헌신과 희생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야수의 심장을 가진 사람들이 활개치는 민주공화국이라면, 민주도 공화도 캄캄해진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