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시적 유예 연말 기한 임박
지역에 2만2천가구… 전국 두번째
市·경제청 용도 변경 소극적 태도
송도 스테이에디션 주민 등 발동동
"요건 갖춰지지 않아 허가 못내"
정부가 이른바 '생활형 숙박시설(생활숙박시설) 대란'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내놓은 한시적 오피스텔 전환 허용 정책이 인천지역에선 실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일부 자치단체에선 오피스텔 전환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지만 전국에서 두 번째로 생활숙박시설이 많은 인천에선 관련 기관의 무관심과 소극 행정으로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인천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송도국제도시 생활숙박시설인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 입주자들은 이 건물의 용도를 오피스텔로 바꾸기 위해 지난해부터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두 기관이 용도 변경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1년 넘게 협의가 공회전만 하고 있다.
생활숙박시설은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로 분류돼 있다. 장기 투숙자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건축물이지만 숙박업이 아닌 거주 목적으로 구입할 수 있고 전입 신고도 가능하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던 2018년 이후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았다. 법적으로는 주택에 속하지 않아 다주택자 규제나 종합부동산세 과세 등을 적용받지 않은 것도 수요가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생활숙박시설 건설사와 시행사는 주택 규제 없이 아파트처럼 거주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수요를 부추겼다. 주택 공급이 절실했던 당시 정부도 이를 사실상 묵인했다. 현재 인천에는 2만2천여가구의 생활숙박시설이 들어서 있다.
생활숙박시설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투기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불거지자 정부는 2021년 생활숙박시설의 주거 목적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미 거주 목적으로 쓰이는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도록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기한 종료를 앞둔 지난해 10월에는 용도 변경에 따른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유예기간을 올해 말까지 1년 연장했다. 연말까지 오피스텔로 전환하지 않고 주거용으로 활용되는 생활숙박시설에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올 연말 이행강제금 부과를 앞두고 전국에서 생활숙박시설의 오피스텔 전환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용도 변경이 이뤄지려면 생활숙박시설이 위치한 부지의 지구단위계획에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애초 숙박업 용도가 목적인 만큼 생활숙박시설 부지 지구단위계획에는 오피스텔 인허가가 제한됐는데, 일부 지자체가 이를 개정해 생활숙박시설 용도 변경의 길을 터주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가 대표적 사례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해당 지역의 지구단위계획에 오피스텔을 허용하는 내용의 변경안을 가결했다. 경기 안양시도 지난해 3월 '평촌 푸르지오 센트럴파크'가 속한 부지의 지구단위계획을 수정해 오피스텔 전환을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송도 생활숙박시설의 경우 지구단위계획 수정을 두고 입주자와 지자체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입주자들은 다른 지자체의 경우 오피스텔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용도 변경의 실무 기관인 인천경제청과 도시계획을 총괄하는 인천시가 관련 사안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는 게 입주자들의 주장이다.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 입주자협의회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맞게 요건을 갖춰 용도 변경 신청서를 인천경제청에 냈지만, 내용을 검토하지도 않은 채 용도 변경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용도 변경이 안 되는 이유를 알려주면 내용을 수정해 다시 신청할 수 있는데 (유예)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아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원칙대로 법령에 따라 용도 변경 요건이 갖춰지면 지구단위계획을 수정할 수 있으나, 인천 내 생활숙박시설들의 경우 용도 변경 요건을 갖추지 않아 허가가 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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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