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해당하지 않은 건축법 적용
'부동산투기 우회 수단' 정부 칼빼
용도변경 퇴로… 지자체 판단 변수
생활형 숙박시설(생활숙박시설)은 주택 가격이 급등하던 2018년 이후 정부가 과열된 투자 수요를 누르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펼치면서 등장한 '돌연변이'다. 국내 기형적 부동산 시장이 만들어낸 애매모호한 시설로, 분양자 피해와 주택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근본적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 '겉보기엔 아파트, 법적으로는 숙박시설'…정부 묵인 아래 이뤄진 수요 확대
생활숙박시설은 1개월 이상 장기 투숙하는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취사를 포함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정부는 2012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활숙박시설을 일반 숙박시설과 다른 형태의 건축물로 규정했다.
생활숙박시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주택 가격이 상승 국면을 맞은 2018년부터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자 이를 대체할 투자처로 떠올랐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이 적용된 생활숙박시설은 '주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생활숙박시설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자 시행사와 시공사들도 생활숙박시설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주택 공급 정책을 펼친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사실상 묵인했다.
■ 정부는 '퇴로' 열었지만 지자체는 제각각…입주(예정)자는 분통
생활숙박시설이 부동산 투기의 우회 수단으로 떠오르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생활숙박시설이 숙박시설이라는 본래 취지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토교통부가 이듬해 '주거 목적 생활숙박시설은 불법'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생활숙박시설을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받거나 입주한 가구가 존재한 탓에 주거용 생활숙박시설을 곧바로 없앨 수 없는 문제가 불거졌다. 국토부는 생활숙박시설을 '준주택'에 해당하는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꿀 수 있도록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대책을 내놨다.
이후 인천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생활숙박시설 입주민 또는 수분양자들이 용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공 사례는 드물다. 오피스텔의 경우 복도 너비를 최소 1.8m 이상 확보해야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주차장도 갖춰야 하는 등 설계 자체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조례를 개정하거나 용도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의 경우 복도 너비와 주차장 규모까지 오피스텔 건립 법규에 맞게 건축됐다. 하지만 해당 부지 자체가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없는 곳으로 돼 있어 자치단체가 해당 부지의 용도를 변경해주지 않으면 오피스텔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게 입주자들 설명이다.
정부가 용도 변경의 길을 열어줬지만, 실질적으로 각 지자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오피스텔로 전환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생활숙박시설 입주자 단체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용도 변경 사례가 나오고는 있으나 여전히 오피스텔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생활숙박시설이 많다"며 "지자체마다 생활숙박시설에 대한 대응이 달라 정부 대책이 일관성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