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하루평균 120명 찾지만
14명이던 전문의 절반 줄어들 위기
전국보건의료노조, 단체행동 예고
설상가상 추석 연휴도 다가와 긴장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한 의료공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경기 남부지역 소아응급 의료체계가 흔들리는 건 물론 아주대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 응급실 전문의들이 사표를 제출하며 응급실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올려 인력 이탈을 막아보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간호사 등이 속한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마저 파업을 예고해 현장의 의료공백은 좀처럼 메우기 어려워 보인다.
■ 응급실 하루 120명 찾는데 전문의 '7명'
25일 아주대병원 등에 따르면 아주대병원 응급실엔 하루 평균 110~120명의 환자가 찾는다. 이중 60~70명이 성인으로 전국 최다 수준이다. 그런데 기존 응급실에서 성인 환자를 담당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 중 3명이 앞서 의정갈등 영향으로 제출한 사직서가 모두 처리됐다.
남은 11명의 전문의 가운데에도 최근 4명이 사직서를 내면서, 이마저 모두 수리되면 아주대병원 응급실을 맡을 전문의 인력은 기존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지난 2월 경기도로부터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 대상으로 선정된 아주대병원은 이미 소아 응급실의 경우 인력 이탈 영향으로 수·토요일엔 초중증 환자 외 응급환자를 받지 않는 축소 진료에 나선 상태였다. 이에 이달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던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의 준공 시기마저 연말로 미뤄졌다.
병원 측은 당장의 혼란은 없다지만, 전문의 추가 이탈 가능성과 남은 인력의 업무 과부하 등으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제출된 전문의들의 사직서가 수리되면 현실적으로 응급실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어 최대한 근무를 이어가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 마침 불어닥친 '간호사 파업', '추석연휴'
정부가 응급실 전문의들의 진찰료 수가와 당직비 등을 올리는 대책을 내놨지만 인력 이탈 방지에 얼마나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마침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 간호사, 의료기사 등이 소속된 전국보건위료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인력 유지를 조건으로 한 파업 계획이지만, 최근 전국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91%의 가결이 나와 전반적인 의료체계에 적지 않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눈 앞에 닥친 추석 연휴도 문제다. 안 그래도 추석 연휴 땐 응급실 수요가 몰려드는데, 또다시 고개 든 코로나19 환자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온열질환자까지 설상가상으로 덮칠 수 있어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추석 연휴(9월 9~12일) 119를 통한 상담은 하루 평균 6천926건이었는데, 평상시 하루 평균 상담 건수(4천980건)의 약 1.4배 수준이다.
정부는 의료체계에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주대병원 외 경기 서남권역 권역응급의료센터 2곳, 지역응급의료센터 9곳과 협력해 환자 치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정부 차원에서 해당 병원과 함께 인력 확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욱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