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대신 창업' 택한 대학생들 증가추세
국내 창업 1세대 '헝그리 정신' 핵심 요소
사업 닮고 싶은 MZ 기업인 무운장구 빈다
대졸 비경제활동인구의 중심은 20대 청년이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 청년(15∼29세) 비경제활동인구는 59만1천명으로 지난해보다 7천명 증가했다. 인구가 줄고 있음에도 대졸 백수가 늘어난 연령대는 청년층이 유일하다. "이러다 나라가 망하는 건 아니냐"며 우려하는 지경이다. 청년 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는 생활고와 주거불안 심화로 귀결돼 사회의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한편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대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금년에 대학생이 창업한 기업수는 전년대비 23.4% 증가한 1천951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상공업체 경영주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최근 본죽으로 잘 알려진 본아이에프의 2030세대 점주 비중이 지난해보다 무려 33%나 증가했다. 2022년 기준 소상공업체 오너경영인 중 2030 비중은 전년대비 4.7% 증가했다. 내수경기가 코로나19때보다 더 나쁜데 용기가 가상하다.
MZ세대들의 이병철(삼성), 정주영(현대), 구인회(LG) 등 창업 1세대 기업인들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는 추세이다. 한국의 창업 1세대 기업인 관련 영상들이 유튜브에 올라와 수십만∼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정주영 회장이 사우디에서 12억달러짜리 주베일항만 공사를 수주한 일화나 포스코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박태준 회장의 '우향우' 경영철학 등은 2030세대들에 깊은 감명을 주었다. 관련 동영상에는 '말도 안 되는 위기를 극복하는 걸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는 댓글까지 달았다.
경영학의 큰 스승인 드러커(Peter F. Drucker) 교수는 1950년대 중반까지 한국은 최빈국이었으나 그 후 20여 년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며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정신이 왕성한 국가로 평가했다. 기업가정신은 부의 창출과 일자리 제공을 통해 개인의 삶을 향상시키고 국가와 사회를 발전시켰다. 기업가정신이 활발한 사회는 풍요를 누렸고 그렇지 못한 사회는 쇠퇴를 면치 못했다. 기업가정신을 성취욕에 기인한 도전정신으로 혹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 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재능 등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국내의 창업 1세대 기업인들의 경우 '헝그리정신'이 핵심적 요소다. 해방과 6·25전쟁은 2천500만 국민을 아사지경으로 몰아넣었다. 가난이 귀신보다 무서웠던 것이다.
'컴포트존(comfort zone)'이란 '인간이 가장 쾌적하다고 느끼는 온도의 범위'를 의미하나 임상심리학자 주디스 바드윅(Judith M. Bardwick)은 '가장 근심 없는 심리 상태'로 해석했다. 인류사회에 큰 업적을 남긴 위인들은 모두 컴포트존 밖의 삶을 살았다. 큰 기업을 일군 경영자들도 컴포트존에 안주한 사람은 없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해고당한 후에 오히려 인생 절정의 창의성을 발휘했으며 일본 소프트뱅크 설립자인 손정의는 인터넷 버블 붕괴로 파산 직전까지 몰렸지만 디지털 정보혁명의 잠재력에 대한 강한 확신 때문에 재기에 성공했다.
사업이란 꿈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은 호랑이 등을 타는 것과 같아 등에서 떨어지는 순간 끝장이다. 심리학에 '여키스-도슨 법칙'이 있다. 감내 가능한 한도 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과업을 더 잘 수행해낸다는 내용이다. 외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신을 차리게 되어 과제 수행능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실존철학자 니체(F. W. Nietzsche)는 이탈리아의 '베수비오산 기슭에 집터를 잡으라'고 제안했다. 서기 79년 한순간에 폼페이를 폐허로 만들었던 이 산은 여전히 화산활동 중이다. 창업 1세대를 닮고 싶은 MZ 기업인들의 무운장구를 빈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