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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카페인 충전이 필요한 출근길이면 카페를 들러 키오스크(Kiosk·무인단말기)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한다. 기다리던 점심시간, 음식점 테이블마다 놓인 메뉴판 모니터 앞에서 손가락은 잠시 즐거운 방황을 한다. 퇴근 후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티켓 확인부터 팝콘 등 주전부리 구입까지 터치 몇 번이면 해결이다. 쇼핑몰을 가도 주차위치 확인·요금 결제까지 빠른 출차를 위한 필수 코스다. 모처럼 해외여행을 위해 공항에 도착하면 키오스크 앞으로 직행, 셀프 체크인·백드롭은 속전속결이다. 정보를 등록해 놓으면 안면 인식만으로 출국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시대라니 A씨의 키오스크 효능감은 날로 높아간다.

집 밖으로 나가면 키오스크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키오스크의 영토 확장에는 무엇보다 언택트 문화를 확산시킨 코로나19가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모두가 키오스크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새벽시간 꽃집을 찾은 한 할아버지는 꽃다발 값을 지불하지 않고 가져갔다.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3시간 뒤에 다시 방문해서 3만원을 냈다. 말이 안 통하는 기계 앞에서 진땀이 나고 머리가 하얘졌을 할아버지가 할머니 생일선물을 준비하면서 겪은 경험은 안타깝고 씁쓸하다.

1990년대부터 관공서·은행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키오스크는 이제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납골당에서 고인의 봉안 위치정보를 안내해 주던 키오스크가 결혼식장에도 등장했다. 이름하여 '축의금 키오스크'다. 접수대 대신 세워진 기계에 축의금을 입금하면 식권과 주차권이 나온다. 마치 영수증을 발급해 주는 듯한 신풍속이다. "저출생 시대다 보니 접수대 지킬 친척이나 지인 한 명 구하기도 힘든데 다행이다", "도난·분실사고 걱정이 사라졌다"라는 긍정론과 "축의봉투 정성껏 준비했는데 예의가 아니다", "돈부터 챙기는 느낌이 든다"라는 회의론이 맞선다.

똑똑하고 빠른 디지털 신문명의 그늘은 짙다. 세상의 속도를 그때그때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소외이고 상처가 된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겨우겨우 배웠더니, 키오스크라는 녀석이 나타나 가는 곳마다 태클을 거네." 고령층의 하소연은 소비자 복지 사각지대의 다른 표현이다. 사람과 사람 간 대면 소통이 더 어색해지고, 더 서툴러지는 단절사회가 될까 걱정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