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 영장 대상 제외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가 고용노동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받는 것과 달리 경찰에는 입건조차 되지 않은 것을 두고 피해자 유족과 노동계가 '반쪽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27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지난 23일 고용노동부는 박 대표와 그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 등 3명을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본부장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의 영장 신청 대상에도 올랐으나, 박 대표는 제외됐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28일 오전 수원지법에서 열릴 영장실질심사 이후 이르면 이날 오후에 결정된다.
노동부 수사와 별개로 박 대표가 업무상 과실 여부를 수사하는 경찰의 영장 신청 대상에서 빠지자 노동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참사 이후 피해자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는 업무상과실치사를 이유로 박 대표의 처벌을 요청하는 고소장을 냈지만, 지금까지 경찰은 박 대표를 관련 혐의로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손익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중대재해법과 달리 업무상과실치사죄가 구체적인 행위 위반사항을 묻는 것이지만, 고소·고발이 진행된 이후 소환조사나 입건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의문"이라며 "경영상의 중대한 결정을 통해 위험을 예견했는데도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경영자 입장에서 아무 행위도 안 한 것인지 중대재해법과 별개로 경찰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18년 인천 남동산단 세일전자 공장에서 노동자 9명이 화재로 숨진 사고 당시 회사 대표는 소방점검을 소홀히 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돼 수사받았다. 이때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이긴 했지만, 당시보다 큰 인명피해와 업체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이번 아리셀 참사에서야말로 경찰이 박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경찰은 법리에 따라 대상을 나눠 수사하고 있다면서도 대표를 향한 수사는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수사는 원칙적으로 안전관리책임자의 과실 책임을 따지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고소·고발장 접수된 부분 등)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도 이후인 28일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8월 16일에 고발장이 접수돼 8월 19일 박 대표를 입건한 것은 맞다"면서, 입건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설명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어 구체적인 수사로 나아가지 않은 점에서 그런 취지로 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