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절대로 보증금 반환때까지
전입 이전하거나 집 인도해선 안돼
잔금 치른후 이사·전입신고 마쳐도
당일 설정 담보·전세권보다 후순위
중요한건 '예방책'… 꼼꼼히 챙겨야


정민경_법무법인_명도_대표변호사.jpg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최근 경매절차에서 주거용 오피스텔이 14차례 유찰된 사례가 확인되었다. 채권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로서 임차인 A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양수하여 보증금반환청구소송 후 강제경매를 신청한 사례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임차보증금에 대하여 우선변제권만 주장하고 대항력은 포기하며, 전액을 변제받지 못하더라도 임차권등기를 말소하는데 동의함'이라는 내용의 확약서를 경매법원에 제출했다. 그런데 14차례나 유찰이 된다? 무엇인가 이상하다. 살펴보니 선순위 전세권자 B가 존재하고, B는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다. 선순위 전세권자가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다면 경매로 인해 전세권등기가 말소되지 않는다. 즉, B의 전세금 전액을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것이다. 임차인이 A와 B, 2명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왜 생겼을까?

임차인 A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어 이삿짐을 모두 반출하고 임대인을 만난다. 임대인은 새로운 임차인 B로부터 보증금을 입금받는 즉시 이체해주겠다고 하여 임대인을 믿고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같은 날 새로운 임차인 B는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후 전세권설정 및 입주와 전입신고까지 마쳤다. 임대인은 임차인 A에게 결국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 A는 서둘러 임차권등기를 하지만 임차인 B의 전세권보다 후순위가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점유권까지 상실했다는 점이다. 다행히 임차인 A는 보증보험에 가입했었고 보증금반환채권을 양수받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경매신청을 했으나 보증금 전액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사하는 날에는 정신이 없다. 이사는 도미노와 같아서 살던 집에 들어오는 새로운 임차인이 보증금을 지급하면 임대인은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고, 그 임차인이 새로 들어가는 집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한다. 이 절차가 물 흐르듯 진행되어야 한다. 그 사이에 생기는 작은 공백이 보증금 회수를 위험하게 한다.

임차인은 절대로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전입을 이전하거나 집을 인도해서는 안 된다. 둘 중 하나라도 잃는 순간 대항력은 사라진다. 새로운 임차인이 기다리고 새로 들어갈 집 임차인이 짐을 다 빼놓고 기다리고 있어도 절대로 먼저 부동산을 인도해서는 안된다.

법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하는 대항력은 전입과 부동산 인도의 요건을 모두 갖춘 다음 날 효력이 발생한다. 즉, 잔금을 지급하고 이사하여 전입신고를 마쳐도 그 당일에 설정되는 담보권, 전세권과 같은 물권보다 후순위가 된다. 보통 임대차계약서에 특약사항으로 '잔금일까지 담보권, 전세권 등 새로운 권리를 설정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잔금일까지'가 아니라 '잔금일 다음날까지'여야 한다.

문제는 잔금일에 다른 권리를 설정했을 때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임차인이 보증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된다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 특별법)이 정하는 전세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에 의하더라도 직접적인 구제는 어렵다. 결국 현행 법률하에서 이런 상황까지 완전히 예방하려면 오후 6시에 등기를 확인하고 잔금을 지급하는 방법밖에 없다.

지난 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합의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이므로 본회의에서 문제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많아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다만, 전세사기 특별법이 아무리 개정되더라도 이는 사후약방문이다. 전세사기가 아니더라도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제책이 아니라 예방책이다.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이사하는 순간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