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준비작동식 밸브 열리는지 등
'전기차 화재 교훈' 시스템 전반 확인
수동 작동 버튼 중요성 주민 교육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났는데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주민들도 주차장 설비실 근처에 있는 '수동조작함'을 열고 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
28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서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2층. 화재가 난 상황을 가정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가 금속 용접 버너를 사용해 스프링클러 분사구(헤드)에 있는 '감열체'를 터뜨렸다.
합금 물질로 된 감열체는 평소에는 헤드를 막고 있다가 화재로 인해 온도가 상승하면 헤드에서 떨어진다.
스프링클러 옆 2개의 '감지기'에서 화재 발생을 인식하자, 곧바로 경보음이 울렸다.
이후 스프링클러에서 소화수가 분수처럼 터져나올 때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자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 내렸다.
이달 초 발생한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인천소방본부가 지난 12일부터 진행 중인 공동주택 스프링클러 점검 현장에 이날 동행했다.
검단소방서 소방관들은 긴 막대 모양의 '열연기 감지기 테스터'로 감지기에 열을 가한 뒤 '유수검지장치실'에 있는 스프링클러의 '준비작동식' 밸브가 제대로 열리는지를 집중 점검했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감지기 2개가 연기나 열을 감지해 신호를 보내면, 밸브가 자동으로 열리면서 비어있던 배관에 물이 채워져 헤드로 분사되는 구조다.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당시 관리사무소 야간근무자가 준비작동식 밸브의 '연동 정지' 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가 곧바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지기가 화재 신호를 보낸 후에 관리사무실에서 이 버튼을 누르면 준비작동식 밸브는 열리지 않는다. 화재 피해가 커진 이유다. (8월22일자 3면 보도=임원섭 인천소방본부장 "청라아파트 전기차 화재, 스프링클러 작동한다면 충분히 진압 가능")
이번 점검에 도움을 주러 온 한국소방기술사회 소속 장명근 소방기술사는 "지하주차장에서 스프링클러가 한번 터지면 20분 정도 방수할 수 있다"며 "물방울의 입자가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열을 차단해 연소 확대를 방지하기 때문에 주변 차량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단소방서는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감지기 미작동 등의 이유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해 입주민들이 '스프링클러 수동조작함' 위치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동조작함은 보통 지하주차장 내 설비실과 가까운 위치의 벽면에 설치돼 있다.
검단소방서 김진형 소방위는 "지하주차장 내 스프링클러를 곧바로 작동시킬 수 있는 버튼이 있다는 사실을 입주민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를 알리도록 아파트 안전관리자들에게 교육하고 있다"면서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스프링클러를 임의조작하는 경우에는 이 버튼도 먹통이 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소방본부는 오는 11월까지 인천지역 아파트 1천682개 단지를 대상으로 스프링클러 점검을 이어나간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