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로 실효 도마위

평가항목 아니면 우려 간단 기재
"업주가 선정, 마찰땐 또 안 불러"
위험 감지해도 통보 어려운 구조


27일 오후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재에 취약한 경기도내 한 노후숙박시설. 2024.8.2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7일 오후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재에 취약한 경기도내 한 노후숙박시설. 2024.8.2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부천 호텔 화재사건 이후 경기도 내 노후 숙박시설의 화재 위험성이 제기(8월28일자 7면 보도='부천 호텔' 한 둘 아니다… '참사 예약' 노후 숙박시설)되고 있지만, 사전에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소방 점검이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쳐 실효성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숙박업주가 민간 소방시설 관리업체를 선정하는 구조에서 갑을관계가 형성되는 데다 점검 항목도 시설 작동 여부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28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화재가 발생했던 부천 호텔은 앞서 지난 4월 민간 소방시설 관리업체를 통해 각종 소방시설을 점검한 바 있다. 당시 검사 결과는 '양호'였다. 지난 27일 찾은 수원과 성남 등 도내 곳곳의 노후 숙박시설 역시 업주들은 민간 업체를 통한 자체점검 조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했으나, 이곳엔 뒤엉킨 전선과 낡은 전기장판 등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 산적해 있었다.

도내 민간 업체들은 화재 위험성을 감지해도 업주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업주가 민간 업체를 통한 소방시설 점검 시 평가 항목은 시설 가동 여부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평택의 한 민간 업체에서 근무하는 소방시설관리사는 "점검을 나갈 때 노후된 전선이나 합선 위험이 있는 지점이 발견돼도 평가 항목이 아니라 우려 항목에 간단히 기재하는 정도에 그친다"며 "업주들에게 위험성을 경고해도 개선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건물주나 숙박시설 업주가 민간 업체를 선정하는 구조도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수원의 한 민간 업체에서 근무하는 소방시설관리사는 "점검을 나가면 10곳 중 1곳에선 적당히 봐달라는 요청을 받는다"며 "업체들도 면허를 걸고 하다 보니 정확한 진단을 내려 소방 당국에 보고해야 하지만, 안 좋은 평가를 내려 업주와 마찰이 생기면 다음 점검에 다시 부르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류상일 동의대학교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시스템에서 소방시설 관리업체는 '을'의 입장이 된다"며 "전문성을 갖춘 업체들이 정확한 소방 진단을 내리기 위해선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 당국은 이러한 민간 업체의 허술한 진단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각 서에서 관내 숙박시설을 임의로 선정해 불시 점검을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소방 관계자는 "봄철이나 가을철 화재 예방 대책 수단으로 불시 점검을 진행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이번 부천 호텔 화재 사건을 계기로 노후 숙박시설에 대한 소방 차원의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