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역사에 특별한 의미 지닌 315점 선별
■ 호크니와 게이퍼드가 말하는 그림의 역사┃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미술문화 펴냄. 372쪽. 3만8천원
우리가 쓰는 휴대폰부터 신문, 책, 건물의 벽 등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그림으로 넘쳐나는 시대, 그림 그 자체가 단일한 범주로 간주된 적이 있었을까. 여기서 말하는 그림은 삼차원의 세계를 평면 위에 재현한 모든 이미지를 말한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묘사된 그림들 간의 연관성과 상호작용이 호크니와 게이퍼드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이다.
'무엇이 그림을 기억에 남게 만들까', '우리는 그림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림은 진실의 재현일까' 등 가볍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들이 이어지고, 호크니의 경험과 게이퍼드의 지식으로 채워진 답들이 제공된다. 책은 이처럼 미술사 연대기와 유형에 따라 분류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시간과 매체의 일반적인 경계를 넘나들며 그림을 만드는 과정과 의미를 짚어본다.
책에 담긴 315점의 작품은 긴 그림의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들로 선별됐다. 프랑스 동굴 벽에 그려진 황소 그림과 피카소의 부엉이 작품부터 회화, 사진, 영화, 게임 등의 온갖 매체를 통해 그림이 등장한다. 미래에 남겨질 그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 좋은 그림을 선별하고 의미 있는 그림들을 저장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책은 두 사람의 대담과 다양한 형식의 그림을 통해 본질을 꿰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새로운 시각을 전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