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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올 여름은 그야말로 극한의 기후였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진 비에 파주 등 경기북부지역은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고, 여주의 수은주가 섭씨 40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폭염특보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며 600명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사망자까지 나왔다. 기상 전문가들은 미래에 닥칠 이상기후를 전망했을 때 올여름 날씨는 맛보기 수준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올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미 기후위기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재난이 됐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가 기후변화 위험도 측면에서 세계 66위를 기록했다는 흥미로운 분석 결과가 나왔다. '크로스디펜던시이니셔티브(XDI)'라는 호주의 기후변화 전문기업이 오는 2050년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와 물리적 재난이 발생할 위험이 큰 지역을 분석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경기도는 전 세계 2천639개 지역 중 위험한 순으로 66번째에 꼽힌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00위권 내에 속한 지역은 경기도가 유일했다. 이상기후가 우리 생활에 큰 위험 요인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발상은 더 이상 낯선 얘기가 아니다.

XDI는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이 불가능한 폭염·홍수 등이 지속될 때 주택·다리·항구·공항·고층 건물·공장 등 물리적 구조물이 받을 수 있는 피해 위험도를 측정했다고 밝혔다. 해안선과 여러 강을 끼고 있어 홍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경기도의 선천적 요인 외에 대규모 제조업 공장들이 집중돼 있는 후천적 요인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예측 불가능한 이상기후가 결합될 경우 물리적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XDI의 분석이다. 도시화 정도나 인구밀도 면에서 경기도를 뛰어넘는 서울에 비해서도 기후위기에 더 취약한 지역으로 분류된 것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기후의 위기는 곧 경제의 위기다. XDI의 보고서가 대한민국에만 전해졌을 리 만무하다. 해당 보고서를 접한 전 세계 국가에서 경기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게 될지 걱정이다. 남북한이 대치하는 한반도 정세 외에 기후위기의 불확실성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진다면 경기도의 기업 투자유치 측면에서 분명 악재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기후도지사'를 표방하며 줄곧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강조해왔다. 기후위기 대응은 미래의 성장 동력이라며 경기도는 정부와 다른 차원으로 대응하겠다고 누차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도지사의 역할이 시급한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