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기관 동일청구, 악의적 반복청구 무력화

통념상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는 종결 가능

직원 괴롭힐 목적, 업무 지장 등 구체적 명시

김포 9급 공무원 사건 계기…김포시가 건의

김포시청 민원실 전경. /경인일보DB
김포시청 민원실 전경. /경인일보DB

악성민원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지목되던 ‘정보공개청구 오남용’을 막기 위해 관련법이 대폭 개정된다. 똑같은 내용을 여러 기관에 청구하는 행위를 제도적으로 무력화하고, 반복청구에 대해서는 답변을 생략할 수 있게 하는 등 일선 공무원들의 고충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9일까지 기한으로 의견을 접수 중이다.

행안부는 제도 취지를 벗어난 부당·과도한 요구나 악의적 반복청구 등으로 행정력 낭비가 심화함에 따라 법률 개정에 나섰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상적인 정보공개청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선량한 민원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요지다.

개정안에서는 먼저 ‘공공기관에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한편, 이러한 청구를 접수했을 시 정보공개심의를 거쳐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해당하는 행위로는 ‘정보를 취득·활용할 의사 없이 정보공개제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는 것’, ‘담당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청구하는 것’, ‘정보를 특정하지 않는 등 방대한 양을 청구해 공공기관 업무처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 등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공무원들은 이 같은 신설 조항이 정보공개제도 운영 전반에 기본원칙처럼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좌표찍기에 시달리다 생을 등진 김포시 9급 공무원 분향소에서 동료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좌표찍기에 시달리다 생을 등진 김포시 9급 공무원 분향소에서 동료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개정안에서는 또 제11조(정보공개 여부의 결정) 기존 조항의 ‘공공기관은 다른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공개 청구를 받았을 때 지체 없이 소관기관으로 이송해야 하며, 이송 후에 지체 없이 소관기관 및 이송 사유 등을 분명히 밝혀 청구인에게 문서로 통지해야 한다’에서 추가로 ‘다만, 해당 정보를 보유·관리하는 공공기관에서 이미 동일한 청구를 받았을 때는 이송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를 새로 달았다.

복수의 기관에 똑같은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청구하는 행위에 대해 소관기관을 제외한 타 기관의 응대 의무를 없앤 것으로, 이전까지는 모든 기관이 일일이 이송 사유 등을 통지해줘야 했다.

제11조의2(반복 청구 등의 처리)에서는 ‘이후 접수되는 반복청구는 통지를 생략할 수 있다’는 문구를 신설해 악의적 반복청구에 대한 공무원들의 부담을 덜었다. 이와 함께 같은 조 ‘진정·질의’ 용어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건의·질의’로 변경함으로써 불필요하고 엉뚱한 ‘질의 폭탄’을 차단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3월 김포시 9급 공무원이 ‘좌표찍기’에 따른 민원폭주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악성민원 대책 수립에 나선 가운데 마련됐다.(4월12일자 7면 보도=악성민원 근절… 제도적 변화가 필요한 3가지)

사건 이후 김포시는 “지자체마다 이미 민원전담조직을 갖추고 진정·질의 등의 민원을 접수 중이었는데 정보공개 창구로도 이를 허용해 모든 부서 공무원이 무한책임을 떠안고 있고, 상식을 뛰어넘는 내용으로 끊임없이 제기하는 악의적인 정보공개청구에도 일일이 결재를 받아 답변해줘야 하는 등 공무들의 업무 가중과 사기 저하가 극심하다”며 법률 개정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관련기사1=‘악성민원’ 김포 공무원 사망 100일… 아직 갈 길 먼 변화)

(관련기사2=악성통화 중단·직접고발 의무, 법률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