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슈가 전동 스쿠터 음주 '송치'
과한 돌팔매질·호들갑 돌아볼 필요
해외언론들 '지나친 여론재판' 비판
"왜 집요한지 이해 어렵다"는 반응
우리는 언제 관용·균형 다가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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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국립군산대학교 교수·前 국회 부대변인
음주 상태에서 전동 스쿠터를 몬 혐의로 입건된 그룹 방탄소년단(BTS) 슈가가 24일 만에 검찰로 송치됐다. 슈가는 지난 한 달여 가까이 여론의 주된 관심사였다. 돌아보면 세계적인 그룹 멤버가 관여됐기에 관심을 가질만했구나 싶다가도 지나친 여론재판은 아니었나하는 불편함에 미친다. 전동 스쿠터 음주 운행을 감싸자는 것도, 유명인이기에 관대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과도한 돌팔매질이자, 알권리를 빙자한 호들갑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멀쩡한 병무행정까지 꼬투리 잡고 불신사회를 조장하는 이들은 경계해야 한다.

많은 이들은 슈가를 둘러싼 여론 흐름을 보면서 얼마 전 삶을 마친 배우 이선균을 떠올렸다고 한다. 사실을 넘어선 추측성 보도로 인해 그동안 많은 연예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때마다 비판 목소리는 봇물을 이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질적 보도행태는 반복됐다. 당시 그악스러운 보도가 이씨를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았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삭막한 곳으로 변했다. 대신 지나친 도덕적 기준을 강요하거나, 아무 말이나 던지고 엿보는 관음증 사회가 됐다.

해외언론은 한국사회를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라마다 사회적 분위기와 정서가 다르기에 그들 주장을 마냥 수긍하는 건 아니다. 허나 상당부분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인도 매체 '인디아투데이'는 "이 사고로 인명이나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슈가의 무조건 탈퇴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슈가와 소속사 사과에도 불구하고 '증오의 행렬'은 가라앉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슈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이용권을 준 것이냐"며 과도한 여론재판을 비판했다.

또 '엘르 인디아'는 한국 사회가 K팝 아이돌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매체는 "할리우드나 발리우드에서는 누군가와 사귀거나, 살이 찌거나, 결혼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모든 것을 미디어나 팬이 엄격하게 감시한다"면서 "그들의 창의적 능력은 강렬한 대중의 감시에 가려 개인적, 직업적 어려움을 겪고, 대중의 오락과 판단 대상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한다"고 분석했다.

해외언론 보도를 물정 모르는 주장이라고 폄하하기엔 정확한 지적이다. 슈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는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대부분 국민들은 이번 기회에 전동 스쿠터도 자동차와 같은 도로교통법을 적용받는다는 걸 알았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고, 슈가 또한 그랬을 것이다. 우리사회는 연예인에게 공인에 걸맞은 행동을 요구한다. 일면 수긍하면서도 벌떼와 같은 매도와 비난은 정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다. 넘어진 사람을 거듭 짓밟는 무관용 사회에서는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다. 나아가 여론재판은 본질을 흐리고, 재기를 가로막는다.

슈가에서 시작한 불꽃이 병무행정으로까지 튀는 건 불신사회와 맞물려 있다. 병무청은 사회 관심 계층을 분류해 복무 행태를 집중 관리한다. '병적 별도 관리제도'는 고위공직자와 체육선수, 대중문화 예술인, 고소득자 자녀를 따로 분류해 관리한다. 공정한 병역과 복무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대상자는 이달 현재 3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을 집중 관리함으로써 잡음을 차단하려는 것인데 긍정적이다. 일과 이후 발생한 사건사고는 당사자 책임에 속한다. 사고 이전까지 슈가의 복무 행태는 지극히 성실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 유튜버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병무행정에 불신을 초래할 뿐이다.

프랑스 주간지 '파리스 매치'는 "슈가는 지난 몇 주 동안 한국 언론의 과도한 표적이 됐다. 왜 그렇게 집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정말이지 우려스럽다. '빌보드'는 "우리는 결코 슈가에게 실망할 일이 없다. 군복무를 잘 끝마치길 빈다"고 했다. 우리 사회는 언제나 이런 관용과 균형에 다가설 수 있을지 부러울 따름이다.

/임병식 국립군산대학교 교수·前 국회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