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이슈·의료사태·美 대선도
사실을, 진실을 말하는것 같지않아
여전히 시끄럽고, 믿음직하지 못해
진실하다고 강변해도 믿기지 않아
이 바쁜 흐름을 따라가고는 싶다. 하지만 필자는 이제 겨우 '유튜브' 단계다. '넷플릭스'로 넘어가지 못했다. 뉴스든 뭐든 유튜브에 올라온 것들을 찾아서 보는 수준이다. 그나마 텔레비전 앞에 앉아 방송국 일 방향 송출을 그대로 받아먹은 '수준'은 면했다. 그럼 조금 자유로워진 건가? 하지만 유튜브에도 텔레비전은 깊이 침투했다. 다만, 조각조각 잘라서 제공된다는 차이뿐.
유튜브는 온갖 뉴스 공급자들의 난무장이다. 공중파와 라디오 방송국들, 종합편성 채널 뉴스 프로들, 여기에 온갖 정치적 성향의 개인과 집단들이 저마다 자기 목소리를 낸다. 이 각종 뉴스 생산 방송국들이 구독자가 몇백만, 몇만 수준이다. 한 마디로 '난리굿'이다. 설상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다. 인공지능이 귀신같이 성향을 파악해서 어느 방향으로만 뉴스들을 추천한다. 선택이 무한정 자유로운 것 같아도 기실 한 방향의 정보들만 축적된다. 조회수, 구독자 많은 뉴스 채널일수록 강경 일변도다. 한 방향으로만 굳세게 밀어댄다. 그래야 인기가 높아진다. 자꾸 보고 듣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한쪽 극단에 치우치게 된다.
'유튜브'에서, 한국과 일본을 예전과 다르게 보는 방식이 목하 유행 중이다. 한국은 디지털 첨단세상인데 일본은 여전히 아날로그라고 한다. 한국은 활력이 넘치는데, 일본은 가라앉고 있단다. 일본은 '난카이 지진' 때문에 큰일인데, 한국은 그런 위험은 없는 세상이란다. 당장 한국과 일본이 전쟁을 치르면 당장 24시간 안에 열도는 초토화되고 말 거란다. 이런저런 비교들 가운데 가장 극적인 것은 1인당 국민소득, 대외무역 수출량이다. 2023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2024년에 수출량이 일본을 각각 추월했다. 환율 때문이라지만 놀라운 변화다. 다이내믹 코리아에 침몰하는 일본이다. 때마침 한국계 교토국제고 야구팀이 '고시엔'에서 기적의 우승을 했다.
한동안 국문학계에서 일본의 학문적 동향에 무척이나 예민한 때가 있었다. 그 시절에 일본을 많이들 찾았다. 서울 떠나 도쿄로 들어가면 몇 가지 차이가 느껴졌다. 대기오염 수준을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필자에게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소음이었다. 확실히 그때 일본은 한국에 비해 조용하게 느껴졌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아사쿠사'도 저녁 되면 정적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도쿄 어느 대학 캠퍼스 주변의 주택가는 한낮에도 너무 조용해서 무슨 사건이라도 나야 할 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 작은 호텔방을 찾아들면 마침 뉴스를 하고 있다. 아나운서가 어찌나 소곤거리며 말하는지 '앵커'답지 않았다.
요즘도 우리의 한국식 뉴스를 보기는 이따금씩 본다. 옛날만큼 정치적일 수는 없다. 꼭 필요한 것만 겨우 본다. 역시 한국식 뉴스라고 생각하게 된다. 목소리 우렁차고 뭔가 계속해서 큰 사건들이 난 것 같다. 그런 것은 그렇다 치고라도 더 큰 문제가 있다. 도무지 사실을,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여당 대표 선거도, 여론조사 결과도, 청문회 이슈도에 대해서도, 의료사태도, 태평양 건너 미국 대통령 선거를 말할 때도 그렇다. 마치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크르(simulacres)'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아보라는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독재정권, 권위주의 밑에서 뉴스는 진실하지 못했다. 늘 편집에 편집을 거듭하곤 했다. 이제 민주주의 세상이라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식 뉴스는 시끄럽고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딥페이크(deepfake) 기술 덕분에 편집 수준은 상상 못할 정도로 진보했다. 자신들은 진실하다고 아무리 강변해도 잘 믿기지 않는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