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초중고 454곳 출석 앞번호
2005년 인권위 지적에도 그대로
"성별로 구분, 유연한 사고 막아"

남학생에게 앞쪽 출석번호를 부여하는 것이 일종의 '성차별적 관행'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이 나온지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경기도 내 초·중·고교 454개 학교에서는 성별을 기준으로 출석번호를 매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앞서 지난 2005년 학생들에게 남성이 여성보다 우선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남녀 간 선후가 있다는 차별의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성별을 기준으로 출석번호를 부여하는 것을 성차별적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지난 2018년에도 인권위는 같은 내용을 재차 고지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줄세우거나 모둠을 꾸리는 등 학생 구분 시 성별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 학생들의 성별 고정관념을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안성의 한 중학교 교사 이모씨는 "학생들이 급식을 기다리는 줄을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나눠 세우는데, 그 이유로 남학생은 밥을 빨리 먹은 뒤 축구를 하러 가고 여학생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먹는다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꼽았다"며 "학생들을 성별로 구분할수록 아이들이 성별을 떠나 유연하게 사고할 기회가 가로막힌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인권위 권고를 기반으로 학교에 성별 구분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출석부를 바꾸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내며 시정 중"이라고 밝혔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