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결정하면 물러섬 없는 대통령
의사 의견 물었는지 모를 의료개혁
5명 정원에 2명만 운영되는 방통위
장관 후보는 새시대 적합한지 의문
독선과 오만, 국민들의 근심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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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주변에 무당층이 많아졌다. 지지정당이 없다고 말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은 사람이다. 선구자들은 이미 강서구청장 보선 이전에 지지를 철회했다. 총선 이후에 상당수가 돌아섰다. 사실 이들은 윤 후보를 적극 지지하지 않았다. 상대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 차마 이재명 후보를 선택할 수 없어서, 투표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자책하고 있다. 취임초 50%를 상회했던 지지율도 최근 20% 초반으로 떨어졌다. 갤럽조사는 70대 이상의 영남출신이 주 지지층이라고 말한다. 이재명 대표에게 '개딸'이 있다면 윤 대통령에게는 '영남 노년층'이 힘이다.

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 제왕적 권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청와대를 나온다고 했다. 관저 이전은 전격 추진되었다. 충분히 준비한 후 이전하라는 권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것도 신선했었다. 돌발 상황과 대통령 권위에 상처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무시했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출근길에 기자와 만났다. 수사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언론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년이 지난 지금 도어스테핑은 사라졌다. 기자와의 만남 횟수도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오히려 적은 편이다. 만난다 해도 일방적으로 본인 이야기만 한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찾을 수 없다. 검사와 대통령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은 의료개혁이라고 말하지만, 국민들은 의료대란으로 이해한다. 같은 주장만 되풀이한다. 대통령은 뭔가 착각하고 있다. 의료개혁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방법이 문제다. 왜 다른 정권은 의료개혁을 이루지 못했는가, 단지 기득권의 저항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혁명적 개혁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그래서 보수주의자는 점진적 개선을 선호한다. 무엇보다 의대정원을 한번에 1천509명을 증원하는 것이 문제다. 실험·실습이 필요 없는 인문계열도 갑자기 대폭 증원하면 교육의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 대통령이 강조하듯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양성은 더 말해 무엇할까. 대학 총장들의 증원 요청을 수용한 것이 과학적 방법이라고 강변한다. 의사들의 의견을 물었으나 대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왜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정부의 정책에 행동으로 반대하는가. 정부는 의사들의 의견을 조사했는가. 이해하기 어렵다.

여야가 격돌하는 방송통신위원회도 문제다. 모든 정권은 집권 후에 방송통신위원 구성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했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법리(法理)의 문제가 없다고 해서 5명 정원을 2명으로 운영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물론 무조건 반대하는 야당의 행태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파행은 집권여당의 책임이 크다. 인사도 문제다. 인사권은 대통령 권한이라고 주장하면 할 말은 없다. 야당의 반대가 뻔히 예견되는 사람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하는 것은 아쉽다. 고용노동부장관 후보도 마찬가지다. 노동운동 경험이 있고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만 새 시대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노동고용환경은 크게 변했다. 그에 적합한 전문적이고 참신한 리더십을 발굴하는 것이 대통령의 능력이다.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국무총리는 아직도 자리를 지킨다. 이태원 참사 2주기가 다가오는데도 행정안전부 장관은 변함이 없다. 의료 관련부처의 책임자도 마찬가지다. 잘못이 없는데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도 충성하지 않는다고 대통령은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다. 조폭의 세계에서는 그 원리가 맞다. 그렇지만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다르다.

무당층은 침묵한다. 그렇지만 속마음은 울분이 가득하다.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 한번 결정하면 물러섬이 없다. 다른 이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 대통령은 원래 그랬다. 마지못해 선택한 사람들이 몰랐을 뿐이다. 이제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미래가 걱정이다. 보수의 정신이 왜곡되고 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반대세력의 집권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두렵다.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은 국민들의 근심거리가 되었다. 여기에는 좌우의 구별이 없다. 대통령이 점점 더 빌런화 되고 있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