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과의 전쟁 시작됐다
드림마을, 국내 첫 상설 치료기관
중독성 조절·변화동기 등 탈출 도와
'디지털 성착취물' 등 종합 접근을
'중독'의 사전적 의미는 '술이나 마약 따위를 계속적으로 지나치게 복용해 그것이 없이는 생활이나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도박 중독도 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도박에 빠진 학생들은 '도박을 중심으로 생활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다.
경기 양주에 사는 중학교 2학년 최우혁(가명)군은 친구를 통해 불법도박 사이트를 알게 된 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매일 도박을 했다. 한 달 만에 300만원을 탕진했다. 도박을 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고, 갚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교우관계가 악화됐다. 부모님과 갈등이 커졌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최군은 지난 5월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이하 드림마을)에 입소했다. 2주간 합숙하며 도박 중독을 벗어나기 위한 상담과 교육을 받았다. 최군은 도박 중독 수준을 확인하는 '비합리적 도박신념척도', '도박문제진단척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입소 전보다 중독 증세가 현저히 낮아졌다. 드림마을은 최군이 캠프를 수료한 후에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드림마을은 중독 치료를 위한 국내 최초 상설기관이다. 당초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청소년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가, 2022년부터는 사이버 마약 중독 치료를 위한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 오는 학생들은 중독 정도가 심하고, 정기적인 상담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고위험군'이 대부분이다. 드림마을 심용출 기획운영부장은 "절도나 중고거래 사기 등 2차 범죄까지 저지른 학생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 도박의 무서운 점으로 '확장성'을 꼽았다. 청소년들은 또래집단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에 교실에 1~2명만 도박을 시작해도 급속도로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단절성'이다. 또래를 제외한 다른 집단엔 이 사실을 알리기 꺼려 부모조차도 알기가 어렵다.
드림마을 입소 청소년들은 개인·집단상담, 대안 활동, 회복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또 '중독성 조절', '변화동기 강화' 등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건전한 경제관념을 갖게 하기 위해 금융 교육과 준법 교육도 받는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심 부장은 장기적으로 청소년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예방 교육과 함께 치료 프로그램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심 부장은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한탕주의가 청소년 또래 사이에 퍼져 있다"며 "학교와 가정에서 도박의 위험성과 폐해 등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도박에 빠진 학생을 치유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박 중독은 청소년들을 범죄의 유혹에 빠뜨린다. 절도, 학교폭력, 중고 사기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도박을 하기 위해서, 도박으로 인해 생긴 빚을 갚기 위해서 학생들 사이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명지대학교 권일남 교수(청소년지도학과)는 "최근 늘고 있는 청소년 도박, 마약, 디지털 성착취물 제작 등을 따로 떼어서 봐서는 안 된다"며 "청소년 문제 대부분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도박을 하는 학생이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등의 행위를 할 가능성은 작지 않은 이유"라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