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업 기부 줄어 문 닫을 판
후원금으로 운영되는데 마련 난항
인천시 "예산 지원 법적근거 없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분들에겐 꼭 필요한 진료소인데…."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 사는 고려인과 외국인 노동자 등 의료 취약계층에게 무료로 진료를 해주는 인천적십자병원의 '누구나진료센터'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인천적십자병원 누구나진료센터는 대한적십자사가 외국인 노동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지난 2022년 7월 문을 연 곳이다. 특히 이 센터에 인접한 연수구 함박마을에 정착한 고려인과 외국인 노동자 등이 자주 이용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등을 지원하고 있는 '디아스포라연구소' 박봉수 소장은 "의료보험 등이 없어 병원에 가는 것을 주저하는 외국인에게 누구나진료센터를 소개해주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센터에 대해) 문의가 오곤 한다"고 말했다.
인천적십자병원은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누구나진료센터를 운영(공휴일 제외)한다. 매번 환자들이 줄을 설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지난달 말까지 총 1만5천여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함박마을에 사는 러시아인 리블라지미르(70)씨는 "병원비가 없어 탈장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누구나진료센터에서 수술을 받고 완치했다"며 "나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이 도움을 받아 건강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누구나진료센터는 개인이나 기업 등이 낸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불경기 여파에도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으나 환자 등이 늘면서 남은 예산이 약 1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
인천적십자병원 공공의료본부 관계자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인 만큼 기금이 바닥나면 진료센터 운영을 할 수 없게 된다"며 "후원금 마련 방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인천시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인천적십자병원의 누구나진료센터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직 없다"면서도 "취지가 좋은 사업인 만큼 병원 측과 논의해 지원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인천적십자병원 누구나진료센터에 후원을 원하는 시민이나 기업 등은 대한적십자사 의료원 대외협력팀(02-739-7651)으로 문의하면 된다.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