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다… 관심·배려로 빚은 '함께의 가치'
'세계·타자·자신' 타이틀별 총 3부 구성
복잡한 이슈속 이상적 공동체 확장 추구
아이들이 맞이할 세상 떠올리는 시간도
"내가 고양이와 놀고 있으면서, 사실은 그 고양이가 나와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내가 알겠는가?" 16세기 프랑스 철학가 미셀 드 몽테뉴의 이 같은 물음은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와 건강한 관계, 이를 바탕으로 한 이상적인 공동체로의 확장을 생각하게 한다.
제12회 경기도자비엔날레의 주제 '투게더_몽테뉴의 고양이'는 이러한 주제의식을 명확하게 담길 원했다. 도자를 바탕으로 한 비엔날레의 정체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공기와 물, 흙을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있고, '나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에 방점이 찍혀있다.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에서 열리는 주제전은 복잡한 이슈들 속에서 상대에게 귀를 기울인다는 것에 대해 폭넓게 다루고 있다. 모두 3부로 이루어진 전시는 '세계와 함께: 순환하는 대지의 질서', '타자와 함께: 우정에 대하여', '자신과 함께: 디지털 세상 속에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구가 맞닥뜨린 상황, 이념적·민족적·신체적 차이로 경계선에 놓인 존재, 발달한 기술로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1층 로비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마리떼 반 데어 벤 작가의 작품 '네가 어떻게 감히'는 소설 속 주인공 '삐삐 롱스타킹'과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을 하나로 합쳐놓았다. 천진난만함과 자유가 넘치는 삐삐롱스타킹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계기로 환경운동을 시작한 그레타의 용감한 모습이 야무지게 다문 입과 빛나는 눈에서 느껴진다.
킴 시몬손 작가의 '모스 피플'은 초록색으로 물든 신비로운 숲 속의 요정 같은 모습을 한 여러 아이가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둡고, 공허함으로 차있는 표정의 아이들은 지구의 종말 앞에 자신의 몸을 보호한 채 숨어 산다. 자연과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팁 톨랜드 작가는 정교하면서도 초현실적인 도자 인물상을 작업한다. 알비노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신체 일부를 잘라 가지고 있으면 부와 명예를 얻는다는 아프리카의 그릇된 미신을 고발하는 작품 '백색증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청소년'은 언제 공격당할지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작가의 섬세한 작업 방식으로 풀어냈다.
강용석 작가의 작품 '귀로'는 취약 계층인 노인을 보여준다. 단절된 채 홀로 살아가는 노인들의 고립된 상황은 납작한 형태로 표현돼 더욱 위축되고 아슬아슬해 보인다. 조각난 추억과 기억 속에서 리어카를 끌고 누군가를 쓸쓸히 기다리는 그들에게 관심과 배려가 필요함을 작품은 말한다.
전시 마지막에는 만찬장이 열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면 경계가 풀리고 한층 더 가까워진다. 황 춘마오 작가의 작품 '핑크 드림 미러'의 전시로 전시장은 아름다운 도자기를 매개로 음식을 나누는 화합의 순간이 펼쳐진다.
작가의 작품은 서양식기의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도, 중국의 전통 그림과 건축, 의복에서 영감을 받은 여러 요소가 곳곳에 조합돼 있다. 아름다움과 편리함, 새로운 문물과 전통문화, 일상 속 특별함으로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현장의 메시지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번 주제전에는 임미선 예술감독이 전시장 곳곳에 배치해 둔 아이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를 키워드 삼아 숨겨두었다는 임 예술감독의 말처럼, 전시장에서 어린아이들을 찾아보고 그들이 맞이할 세상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전시는 10월 20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