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0명 찾는 아주대병원 응급실
전공의, 정부 정책에 반발 '집단사직'
인력난 장기화로 전문의들도 사직서
남은 의료진 격무 누적에 운영 제한
"전공의는 환자와 전문의 사이의 간극을 메웠던 존재입니다."
지난 5일 아주대병원 응급실 문은 굳게 닫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최전선이나 다름없는 응급실에서 심정지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응급환자를 24시간동안 받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로 나타났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은 하루 평균 110~120명의 응급환자들이 찾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인데다 수용하는 응급환자의 중증도가 전국에서 1~2위를 앞다투는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한시적 진료제한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문의와 전공의 등 32명의 의료진이 존재했다. 소아응급 포함 18명인 지금과 비교하면 인력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인력 감소로 인한 남은 의료진의 업무 과중이 결국 응급실 문을 닫게 한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2월 의료개혁 완수를 목표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했다.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정원 확대를 골자로 한 내용은 곧바로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의료현장에서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을 결사반대하며 집단 사직에 나섰다. 아주대병원의 경우 2월19일 소속 전공의 225명 중 130여 명이 개별 의사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했고, 다음날부터 전공의들은 하나둘씩 근무지를 떠났다.
응급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응급실 전공의들의 집단이탈로 인한 격무는 고스란히 남은 의료진에 누적되기 시작했다. 24시간 쉴틈 없이 이어지는 환자들에 대응하기 위해선 전문의와 호흡을 맞추는 전공의들의 역할이 필수였다는 게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응급실 전문의는 "전문의만으로 응급환자들을 모두 감당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특히 응급실에서 전공의는 환자와 전문의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존재였다"고 전했다.
전공의들의 공백으로 인한 응급실 인력난의 장기화는 전문의들의 이탈로 이어졌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 남은 15명 중 지난달에만 3명의 전문의들이 떠났다. 또다른 4명도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병원 측의 설득으로 잠시 보류됐다. 12명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병원 측은 이 상태로 끌고가는 건 무리라고 판단, 결국 목요일 한시적 제한진료 결정을 내렸다.
경기남부지역의 한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아주대병원뿐 아니라 대부분의 응급실 의료진은 지난 2월부터 의사의 사명감으로 또 국가재난상황이라는 생각만으로 버텨왔지만, 사태가 길어지면서 결국은 한계에 다다른 것"이라며 "다른 병원 응급실도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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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