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주대병원 응급실 스케치 (1)
8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9.8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대통령실과 정부 그리고 국민의힘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에 대해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6일 같은 내용의 제안을 했다가 대통령실의 즉각 거부에 직면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다시 의료개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야당과 의료계에 공식 제안하자 대통령실이 이번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026학년도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으며 협의체도 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정의 이런 기류 변화는 대통령 지지도의 하락 때문일 것이다. 전공의가 없는 응급실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다가오는 추석 연휴 때 대형병원 응급실이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가 국민들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아주대병원이 지난 5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제한 진료를 시행하고,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매주 1회 성인 환자 진료 중단을 선언하는 등 대학병원 응급실의 비정상적 운영이 현실화되는 실정이다. 그 결과 9월 들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지난 2022년 8월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20%대로 떨어졌다.

대통령실로선 이렇게 낮은 국민적 지지로는 의료개혁을 비롯한 주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고 생각했음직하다. 심지어 탄핵의 명분까지 야당의 손에 쥐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을 법도 하다. "의대 증원 문제로 장기간 의료공백이 발생하면서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응급의료 불안이 크다"고 지적한 한동훈 대표의 발언이 그동안 잠자코 지켜보기만 하다가 최근 '응급실 뺑뺑이'를 계기로 연일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야당 측 주장과 사실상 똑같음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된 배경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은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갈지자걸음을 걸어왔다. 의료계를 향한 강공과 유화책 제시를 질서 없이 반복하면서 결과적으로 의료개혁에 대한 높은 국민적 지지를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짜임새 있고 신뢰할 만한 후속대책도 내놓지 못함으로써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한때 60%대의 국민 지지도를 확보했던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이 지금에 이르러 고집과 무원칙만 보이고, 설득과 대안이 보이지 않는 건 순전히 정부 책임이다. 야당도 동의하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가동시키고,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의 자기 점검부터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