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여주시 반려마루에서 지난해 화성시 번식장에서 구조돼 보호 중인 강아지들이 새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2024.2.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6일 오후 여주시 반려마루에서 지난해 화성시 번식장에서 구조돼 보호 중인 강아지들이 새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2024.2.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여주시반려동물테마파크(이하 여주반려마루)가 당초 건립 취지인 관광형 명소에서 화장장과 납골당 등 기피시설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98억원을 투입한 경기도가 '국내 최대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으로 홍보한 것과 달리 관광 인프라 사업이 지체된 탓이다. 연간 1천만명이 방문하는 여주프리미엄아울렛과의 경제적 시너지를 기대했던 지역상인과 주민들의 실망감은 불만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여주반려마루는 지난 2015년 당시 민·관 분할 개발로 야심차게 추진됐다가, 민선 7기때 민간특혜 논란이 일면서 공영개발로 전환됐다. 우여곡절 끝에 여주시 상거동 일대 16만5천200㎡ 규모로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지만 출발부터 '반쪽 개장'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여주반려마루는 현재 A구역(공공구역)에 유기견·유기묘 관리동과 입양홍보관·동물병원 등이 운영 중이다. 반면 B구역(공영구역)의 캠핑장·도그풀·도그런·숙박·놀이시설 등은 기존 계획에서 제외된 채 추모관만 조성된 상태다.

경기도에는 현재 동부권 여주 외에도 서부권 화성, 남부권 오산 등 총 3개의 반려동물 테마파크가 있다. 여주와 화성은 경기도가 직접, 오산반려동물테마파크는 경기도가 도비를 일부 지원해 2021년 12월 오산시가 조성했다. 도는 경기북부에 네 번째 반려마루를 추진 중인데 내년에 착공해 2026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552만 반려인구 시대에 경기도가 권역별로 반려동물테마파크를 추진하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처음 추진한 여주반려마루가 경로를 잃고 있는 상황이니, 여주시는 자칫 도의 관심과 추진 동력이 사라질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도는 여주반려마루 B구역에 도내 첫 공설동물장묘시설(추모관) 운영을 위해 막바지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여주시의회에서 경규명 의원이 "도는 상생보다 혐오시설을 추진해 시민들을 우롱한 것이 아니냐"고 질타한 이유다. 도내 동물장묘시설은 총 27곳이지만 대부분은 인허가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야기했었다. 어질리티파크·놀이터·피크닉존 등 반려인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놀이·여가 인프라 약속은 뒤로하고 화장장·납골당을 운영한다면 환영받기 어렵다. 여주반려마루가 '이름만 반려동물테마파크'가 된다면 전형적인 용두사미 행정이 될 수 있다. 도는 반려인과 동물이 함께 즐기는 명소로 복지수요를 만족시키고 지역경제도 활성화한다는 당초 취지대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