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타국의 역사, 한 인물 생에 담아내
■ 해방자들┃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엘리 펴냄. 272쪽. 1만7천원
디아스포라의 삶은 대비하는 두 가지 가치 사이 경계선에 놓여있다. 완전한 한국인도, 또 온전한 현지인도 아닌 이들의 애매한 정체성은 그 자체로 정치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다. 한국을 떠나 타지로 이주한 이들의 선택과 그 결과는 결코 역사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아스포라 문학'이 그저 사소한 한 개인의 이야기일지라도 대하소설의 서사성을 띠는 이유다.
신간 장편소설 '해방자들'은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인물의 삶, 그리고 고국과 타국의 역사가 거미줄처럼 얽혀 후대에까지 이어진다.
1980년 대전에서 출발하는 소설은 군부독재와 계엄령이라는 시대의 비극을 지나,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머물고 있는 여러 군상의 인물들을 조명한다. 이들을 둘러싼 감정은 '한'으로 압축된다. 군부독재, 제주 4·3, 분단된 조국, 삼풍백화점 붕괴 등 조국에서 마주한 아픔과 부조리는 한 개인에 머물지 않고 세대에서 세대로 전이된다.
디아스포라 문학계의 베스트셀러 이민진의 '파친코'(2018)와 줄거리는 다르지만 서사 구조 등 맥이 맞닿아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 고은지는 앞서 드라마 애플 TV+ '파친코'(2022)의 작가진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더욱이 그 역시 이민 2세로,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한국의 역사에 담긴 고통을 되짚어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느낀 외로움을 깨달아 가는 것은 곧 한국의 각 시대에 서린 아픔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자연스레 작품에도 스며들었다. 올해 뉴욕 공공도서관 주관 '젊은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