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이용률·자족성 향상 구상에도
'역세권개발' 시의회 야당에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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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의정부역전근린공원 북측 잔디광장. 주말이자 추석연휴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2024.9.14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여기서 운동하거나 휴식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공원이라곤 하지만 땡볕에 앉을 곳도 없고…."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14일 오후 의정부 역전근린공원에서 만난 한 시민은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이같이 평했다.

역전근린공원은 본연의 역할보단 의정부역 이용객의 이동통로에 가까웠다. 가방을 들고 바삐 걸어가는 시민들이 대다수로, 버스나 택시를 타기 위해 대기하거나 흡연객 정도만이 잠시 머물 정도다.

공원 남측부지는 임시 건물형태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와 문화시설 등이 동선을 가로막았다. 선별진료소는 지난해 12월 대응체계 개편으로 문을 닫은 뒤 지금껏 비어있다. 우거진 수풀과 정돈되지 않은 화단 사이의 산책길은 이용하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공원부지의 허리를 잘라 조성한 의정부역사 환승공영주차장만이 수요가 넘쳐났고 이용객 대부분은 차량에서 내려 의정부역사로 들어가기 바빴다.

공원 북측부지 상황은 더욱 안타까웠다. 노상방뇨 등으로 조형물의 한구석 잔디는 누렇게 죽어있었고 공원 구석 후미진 곳에는 쓰레기 봉지와 술병들이 나뒹굴었다. 운영을 멈춘 분수대, 안중근 동상, 평화의 소녀상, 시 승격 50주년 기념탑, 한·미 우호기념탑, 베를린 장벽, 발광화장실 등이 설치된 북측부지. 너무 많은 조형물이 한 공간에 밀집돼 있어 시민 편의보단 각종 전시물을 위한 장소란 인상이다.

공원 남측과 북측이 지하차도와 도로로 단절된 것도 불편하다. 공원 내 이동도 그렇지만 주변 행복로나 지하상가 이용을 위해선 가파른 계단이나 횡단보도를 건너야 해 번거롭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시민들이 외면하는 공원이 의정부 중심가 한가운데에 위치해 지역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군공여지인 캠프 홀링워터를 반환받으면서 국비 지원을 최대한 받기 위해 공원을 조성했지만 기능적으로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민선 8기 의정부시는 역전근린공원의 이용률과 도시의 자족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여가·문화·주거·상업 기능을 갖춘 비즈니스 문화관광 허브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의정부역세권개발'이란 이 계획에는 60층 높이의 고밀도 복합시설과 철도 중심의 복합환승센터, 입체화된 공원 등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정부역세권개발계획은 국토교통부의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과 맞물리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 건폐율과 용적률 제한이 완화돼 복합개발과 사업성 확보에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의 이런 구상은 시작부터 시의회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힌 상태다. 시는 향후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대상지로 선정될 경우 주변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 관련 용역비 8억원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는 이를 전액 삭감했다.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대상지 선정 후 실제 개발사업 실행까진 수년이 필요하고 실질적 추진 과정은 차기 시장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득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수용하지 않았다.

시는 내년도 본예산에 다시 용역비를 세울 수 있도록 시의회를 설득한다는 계획이지만 여소야대 환경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고밀도 개발에 따른 부작용과 미분양 대책 등 반대 주장도 존재한다.

시 관계자는 "역전근린공원은 시민을 위해 미군공여지를 활용해 조성한 공간이지만, 지금 상태로 계속 두는 것은 노른자위 땅을 낭비하는 일"이라며 "역세권개발계획이 실현되면 입체화로 지금보다 공원 면적이 2배 이상 늘어난다. 여기에 남과 북의 동선을 잇고, 각종 상업·편의 시설과 연계한다면 시민들이 공원을 더욱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