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가족들'
제보 0건 막막해도 20년 포기 안해
25년 전국 헤매다 사고로 숨지기도
32년 지나도 "항상 아이 생각 눈물"
정순원(86·인천 미추홀구)씨는 20년 가까이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들 창근(실종 당시 40세)씨는 2005년 12월27일 인천 영종도에서 교회 목사를 만난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됐다.
창근씨는 군 복무 중 입은 부상으로 인해 정신장애를 앓고 있었다. 당일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정씨는 곧바로 경찰에 실종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8일간 영종도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창근씨를 찾지 못했다. 정씨는 경찰의 수색 활동이 종결된 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천 전역에 전단지를 붙이며 직접 아들을 찾아나섰다. 그러나 아들과 관련된 제보는 단 1건도 없었다.
그는 아들이 그저 어딘가에 살아 있기만을, 기적처럼 집에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찰과 관련 기관에 연락해 아들 행방에 대한 단서가 나왔는지 물어보곤 했다"며 "그때마다 실마리를 얻기는커녕 아들 생각만 더 나서 괴로웠다. 지금은 일부러 아들 이야기를 안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건강이 악화돼 거동조차 어려운 상태"라며 "한 번이라도 아들을 보는 게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실종된 딸의 사진을 트럭에 붙이고 25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던 송길용(71)씨가 최근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그는 1999년 2월 경기 평택에서 딸 혜희(실종 당시 16세)양이 행방불명된 이후 생업을 내려놓고 딸을 찾는 데 일생을 바쳤다.
송씨의 사망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딸을 찾는) 현수막을 철거하지 말아달라' '언젠가는 꼭 딸을 만나길 바란다' 등 댓글을 남기며 고인을 애도했다.
김경옥(67·인천 미추홀구)씨의 시간도 1992년 그날에 멈춰 있다. 인천 동구 한 보육원에서 지내던 딸(정혜진, 실종 당시 5세)이 간식을 사겠다고 나간 뒤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형편이 어려워 딸을 보육원에 잠시 맡겼던 것이 평생의 한이 됐다.
그는 손수 전단지를 만들어 인천 거리 곳곳에 붙이고 다녔다. 절박한 마음에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 굿으로 아이의 생사를 확인해달라고도 해봤다.
김씨는 "딸을 집으로 데려오겠다는 일념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텼는데 아이가 사라진 후 나의 삶도 무너져 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아이를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져 실종자 가족 모임 등에도 나가지 못한다. 어딘가에서 잘 살아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울먹였다.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
실종된 정창근씨와 정혜진씨를 목격했거나 행방을 아는 분이 있다면경찰(112) 또는 경찰청 민원 콜센터(182)로 신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