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더운 추석은 처음"이라며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 역대 최장의 폭염과 열대야가 서민들을 덮치면서 냉방수요가 폭증해 전기요금 폭탄이 우려된다. 올여름에는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잇달아 경신했던 것이다. 17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8월 주택용 전기의 가구당 평균 사용량은 월 363㎾h(킬로와트시)로 작년 같은 달보다 9% 증가했다. 8월의 주택용 평균 전기요금은 6만3천610원으로 지난해보다 13%(7천520원) 늘었다.
누진제 전기요금은 주택용에만 적용된다. 가장 더운 7∼8월 기준 주택용 전력요금은 '300㎾h 이하'(1㎾h당 120원), '300∼450㎾h'(214.6원), '450㎾h 초과'(307.3원) 등 3단계로 부과된다. 기본요금도 월 300㎾h 이하일 땐 910원으로 가장 저렴하나 300㎾h를 초과하면 1천600원으로 증가한다. 450㎾h를 초과하면 7천300원이 적용되는 등 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에 경제적 부담을 지워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려는 취지이다. 지난 2016년 정부는 가계의 하절기 전기료 부담을 낮추고자 기존의 100㎾h 구간별 6단계 전기요금 누진제를 200㎾h 단위 구간별 3단계로 개편했다. 폭염으로 인한 냉방비 폭탄 우려가 커진 탓이다. 덕분에 가장 낮은 구간 대비 가장 비싼 구간요금의 비율인 누진배율이 기존의 11.7배에서 3배로 크게 낮아졌다.
이 같은 여름철 전기료 누진제는 2018년 이후 7년째 동일한 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에 국민소득 향상에 따른 냉방 수요 증가와 전자제품 사용 확대 등으로 일반 가정의 전기사용량은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20년에 실시한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4인 가구의 7∼8월 평균 전기 사용량은 427㎾h이다. 2023년 에너지총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500㎾h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되어 최고 구간 진입 문턱인 월 450㎾h의 전기 사용량을 '과소비'로 판단하기 어렵게 되었다.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 및 주택용 전력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위법이란 주장도 있다. 기상이변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니다. 한전의 눈덩이 적자가 관건이나 개발경제시대의 망령에 덜미 잡힌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를 손질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