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응급실 .
8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9.8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추석을 앞두고선 '아프지 마세요'가 명절 덕담을 대신하는 인사가 됐다. 한 야당 의원은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추석 연휴엔 생선전 먹지 말고, 벌초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많은 국민들이 의료진의 대거 이탈로 불안정해진 병원 응급실 운영 실태를 이렇게 걱정하며 추석 연휴를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우려할 만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졌다. 추석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대전에선 복부 자상 환자가 10여 곳의 대전·충남권 병원들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사고 발생 4시간10분 만에 겨우 천안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런 일들이 전국에서 발생했다. 급기야 의료진과 시설이 부족한 응급실은 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정부 지침이 내려지기에 이르렀다. 응급실이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추석 연휴 동안 전국적인 진료대란은 피해 갈 수 있었다.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가족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곳곳에서 발생하긴 했으나 일부 정치권과 의료계가 경고했던 응급실 마비 사태에까진 이르지 않았다. 연휴 기간 중 전국의 병원 응급실 409곳 중 407곳이 운영됐고, 추석 당일에도 동네 의원들이 환자를 받았다. 반년 이상 지속되는 의정 갈등 속에서도 최일선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과 일반 개원의들 덕분이다. 상황실을 가동하며 비상사태에 대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도 컸다. 저소득층의 부담 가중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 시 본인부담금을 대폭 인상해 경증환자와 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방문을 최대한 억제하려 했던 정부 조치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다.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각종 호흡기 질환이 창궐하는 추석 이후에 본격화할 것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우려가 설득력을 키우고 있다. 의료진 절대 부족 상황에서 그나마 현장을 지켜온 의사들이 계절성 질환으로 몰려드는 환자들을 돌보다 '번아웃' 상태에 이르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런 불행한 상황과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기 전에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여야 정치권이 모두 한 테이블에 앉아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고집도 내려놓고, 명분도 잠시 접어두고, 정치적 유불리도 따지지 말고 오직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