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안정성 등 긍정효과 있지만
혁신저해·개성상실 등 부작용도
살아간다는 건 흔적 남기는 과정
다수 추종하기보단 나만의 길을
'흐름에 ○○하는 건 죽은 물고기뿐'(독일 속담), '용기의 반대는 비겁함이 아닌 ○○다'(짐 하이타워), '○○는 자유를 감시하는 간수이자 성장의 적이다'(존 F. 케네디). 난감한가, 힌트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4분의 3을 잃어버린다'(쇼펜하우어),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공자), '넌 튀려고 태어났는데, 왜 그렇게 남과 어울리려고 기를 쓰니'(영화 'What a girl wants'의 대사). 끝으로 결정적 힌트다. '창의력'의 반대말이다.
만장일치로 채택한 의사결정은 개인의 그것보다 뛰어날까? 개인이 내린 결정보다 더 바람직할까? 집단 의사결정엔 늘 일사불란함을 강조하고 압박하는 망령이 도사린다. 그 망령은 '같은 가락'이란 의미의 '동조(同調)'다. ○○에 들어갈 단어다. 그 아래 나열한 명언도 동조의 폐해와 위험성에 대한 경종이다. 동조란 어떤 일이나 주장에 대해 남과 같은 보조를 취하는 걸 가리킨다. 개인이 집단과 타인이 가진 가치관, 기준·기대 등에 맞춰 행동하는 것으로, 직장과 학교·가정은 물론 사회집단 내에서 흔히 관찰되는 현상이다. 집단 내에서의 조화와 안정성 유지, 의사결정 단순화, 공동체의식 강화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
'속담사전'에서 지워버렸으면 하는 속담 하나가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그냥 주류(대세)에 묻어가거나 모방하는 게 편하다는 거. 일정 부분 수긍도 된다. 한데 왜 거부감을 가지냐고? 여기엔 타인과 다르게 말하거나 눈에 띄게 행동하는 사람은 비난이나 반대, 제재를 받기 쉽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서 '모난 돌'은 튀거나 독특한 사람을, '정 맞는다'는 페널티나 비판·꾸중 받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개인의 특이한 행동·의견이 공동체의 일반적 흐름과 다를 때 문제가 된다는 으름장이다. 뭣보다 위 속담엔 충돌·갈등을 회피하고자 소수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다수의 의견이나 행동에 맞출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동조 압력(peer pressure)'이 담겨있다. 모두가 왼쪽을 향하고 있으면, 왠지 나도 왼쪽을 향해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력이다. 그런 압력이 일상에 얼마나 살 떨리게 뿌리내렸는지를 작가 윌리엄 헤즐릿은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가 서로에 대해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유일한 죄는 의견 차이다."
한국은 동조 압력이 유난히 높은 사회다. 조직에서 인정받고자 개인의 특성을 억제하고 집단 기대에 맞추는 걸 중요시하는 문화적 배경에서 기인한다. 한편으론 변화를 시도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보단 기존 방식을 유지하는 게 훨씬 안전하다고 여기는 보수적 사고방식을 반영한 탓이다. 과유불급. 동조와 그 압력은 적절히 관리되면 긍정효과도 있으나 지나치면 부작용을 초래한다.
첫째는 혁신을 저해한다. 기업·조직 내의 다양성과 창의적 사고·해법을 억제한다. 이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조직의 유연한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둘째는 집단사고(group think)가 형성된다. 동조 압력이 강한 환경에선 특이하거나 다양한 의견이 무시돼 일방적 사고만 추종하는 집단사고를 부른다. 국회를 보라. 진영논리에만 충실한 맹목적 동조의 정치꾼 탓에 한국은 지금 심각한 퇴행을 겪고 있다.
셋째는 개성 상실과 과잉 생산·소비를 야기한다. 집단의식이 강한 한국 소비자에게 뚜렷한 현상이 동조 소비다. 특정 제품·서비스에만 소비자가 편중돼 몰개성이 확연해지고 과잉 생산까지 낳는다. 또 투자가 특정 자산에만 몰릴 경우, 버블 경제나 시장 리스크가 증가하는 등 경제적 불안정성까지 초래한다.
새겨라. 살아간다는 건 내 흔적을 남기는 과정이다. 동조는 그런 흔적을 뭉개는 지우개다. 오천만의 사람에겐 오천만의 고유한 생각이 있다. 그런 진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동조에서 자유로워진다. 다수를 추종해선 다수를 넘어서지 못한다. 나만의 길을 간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법. 허나 세상에 흔적을 남기려면, 그대는 다수와 달라야 한다. 천상천하유아독존!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