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표정 살피고 전문상담 권유

인천 '연대의 힘' 658대 운행중
자살률 감소 전국 실적평가 1위

생명 사랑 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길
생명 사랑 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길(56)씨가 19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골목에서 자신의 개인 택시 내부에 부착된 생명 사랑 택시 스티커를 가리키며 웃고 있다. 2024.9.19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이젠 습관이 돼서 승객의 표정부터 먼저 살핍니다."

인천에서 택시를 모는 이상길(56)씨는 승객이 탑승하면 안색부터 살핀다. 승객의 표정이 유독 어두우면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 승객이 처한 상황을 묻는다.

이씨는 7년째 '생명사랑택시' 운전기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이씨는 2018년 주유소에 붙어있는 모집 공고를 보고 생명사랑택시 참가를 신청했다.

생명사랑택시는 인천시가 2017년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시작한 자살 예방 사업의 하나다. 생명사랑택시 기사들은 승객들과 대화하면서 자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인천시자살예방센터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인천시자살예방센터는 자살 위험군의 특징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이씨는 2019년 인천 서구에서 30대 여성 승객에게 도움을 줬다. 당시 승객은 사기 피해 등으로 신변을 비관해 가출한 상태였다. 이씨는 승객에게 말을 걸어 이런 사연을 전해들었고, 전문 상담기관(인천시자살예방센터)에 도움을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이씨의 도움을 받아 상담기관을 방문한 승객은 며칠 후 안전하게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당시 승객 표정이 안 좋아서 꼭 말을 걸어 어떤 사정이 있는 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작은 관심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생명사랑택시를 7년째 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생명사랑택시는 올해 7월 기준 인천에서 658대가 활동 중이다. 인천시는 택시 운전사뿐 아니라 약국, 병원, 학원, 음식점 등에서 일하는 종사자 2천267명을 '생명사랑' 활동가로 위촉했다. 이들 역시 자살 위험이 있는 이웃을 발견하고, 이들이 전문기관에서 상담받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인천시자살예방센터는 택시 운전사 등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업을 시작한 이유로 '연대의 힘'을 강조했다.

배미남 인천시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자신들이 완전히 고립됐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 시민참여형 사업을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이 같은 정책은 자살률 감소로 이어졌다. 2010년 10만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32.2명에 달했던 인천은 2020년 26.5명, 2022년엔 25.8명으로 줄었다. 인천시는 이달 10일 정부의 '자살예방 시행계획 추진실적 평가'에서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배 부센터장은 "시민참여형 자살예방사업 외에도 상대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1인 가구를 위한 심리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자살 징후를 놓치지 않도록 더욱 섬세하게 지원사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