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8.22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2023년 7월부터 연 5.25~5.50%로 유지해왔던 기준금리를 연 4.75~5.00%로 0.50%p 인하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은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단행했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이다. 이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연 3.50%)과 금리 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최대 2%p에서 1.50%p로 줄어들었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 직면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23년 1월 13일 3.50%로 0.25%가 오른 이후 20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고금리는 서민들과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직격탄이 된 것이 사실이다. 지난 7월 초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고금리 부담 실태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58.2%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매우 부담된다'는 응답은 소기업·소상공인이 45.0%로 중기업(17.5%)보다 2.5배 이상 높았다. 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80.6%에 달했고, 이 중 46.0%는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2022년 2분기 말 0.5%에서 올해 1분기말 1.52%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민간부채 부실화 위험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도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가계, 기업 등 민간부채 부실화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업부채 연체율이 약 1.8%p, 가계부채 연체율이 약 1.0%p 증가했다. 특히 가계부채 중 신용카드 연체율은 2.5%p 늘어났다. 가계 및 기업대출 연체율이 최근 2년간 급등세를 보인 지표들은 고금리가 기업과 서민경제에 미친 악영향의 증거들이다.

한경연은 향후 1년 동안 기준금리를 0.25%p씩 세 번 인하할 경우, 기업대출 이자 부담이 4조4천200억원,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은 4조5천3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서민과 기업이 허리를 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올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치솟고 있는 부동산 상승세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주택공급과 대출규제 등 부동산을 잡기 위한 정책 대안은 다양하다. 반면 고금리를 유지하면 서민과 기업들이 먼저 죽어나간다. 한국은행의 신속한 금리인하 결단이 절실하다.